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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28. 2020

작은 것에 연연해하는(상처받는)
​너에게

제9장. 당장 내일 죽는다면 하고 싶은 것들 써보기

"안녕"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쓴 지 9일째 되는 날이야.

지금의 날씨는 이제야 정말 겨울이 온 것처럼 바람이 차고 집에 있는 수돗물을 틀어도 차갑더라.

정말 겨울이란 계절이 온 것 같아.

전에 쓴 편지에서는 십 년 뒤에 너를 떠올리라는 내용의 편지였어

내가 쓴 편지 잘 읽었는지 모르겠어.

사실 난 그렇게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너에 친구만은 되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 있어

나는 어쩌면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며, 정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그래도 친구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



                                          ( 출처: 오픈 더 도어 홈페이지)


오늘 내가 너에게 할 이야기는 말이야.

바로 당장 내일 죽는다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내용이야.

누구나 한번 그런 생각쯤은 하잖아.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죽지 못해 산다는 이야기들도 참 많이 하는데

정말 내가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뭐가 있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야.



스피노자의 명언 중 내일 내일 죽는다면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는 말이 있어.

왜 굳이 사과나무 인지는 그의 생각을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정말 내일 죽을 사람이라면 나무를 심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아.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인데 땅을 파고 있을 시간에 한 가지라도 더 하고 싶을 것 같거든. 남들에게 의미가 있는 행동보다는, 나에게 의미가 있는 행동을 하겠지.


만약, 내가 당장 내일 죽고 나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열두 시간밖에 없다면 나는 아마 카페를 갈 것 같아

거기 가서 아마 제일 먹고 싶은 음료를 테이크 아웃을 한 뒤,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지 않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하러 갈 것 같아. 그리고는 꼭 집으로 돌아올 거야

나는 내가 살았던 곳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지, 내가 머물지 않았던 곳에서는 죽고 싶지 않거든

그곳이 정말 아름다운 지상낙원의 곳이라고 해도 말이야.

나는 그냥 편하게 내가 잤던 우리 집 방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어.


그리고 드라이브를 하고 난 후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시 한 편과 남을 가족에 대한 편지글을 쓸 거야

되도록이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여러 장을 쓸 것 같아.

그들에게 나를 추억하는 건 편지만이 전부가 될 테니까 말이야.


                                            ( 출처 : 오픈 더 도어 홈페이지 )


그리고 편지를 다 쓰고 나서는 사진관으로 가서 영정사진이 될 사진 하나와 프로필 사진 하나를 찍고 싶어

생애 마지막이 되기 전, 눈부셨던 날들을 떠올리게 해 줄 프로필 사진 하나와, 조금은 점잖게 장례식장에 있을 내 사진 하나를 찍을 거야. 영정사진을 찍을 때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찍고 싶어.


그 모든 것들을 하고 나서 나에게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면 최대한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본 후 그동안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줄 것이고, 그리고 맛있는 저녁을 차려줄 거야

생각보다 죽기 전 하루는 시간이 많지 않을 테니까, 가장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하루를 끝으로 하고 싶어.

그리고는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내가 돈이 좀 여유가 있는 날이라면 생전에 가족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해서 선물할 것 같아.


생각보다 죽음이란 건 아직 먼 것 같아서, 흔히들 버킷리스트라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적는 게 있잖아

그런데 적고 나서 그걸 정말 실천을 다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아마 한 두 가지를 실천을 하고 난 뒤에 나에게 시간은 아직 많다면서 점차 미루겠지

그리고 그 버킷리스트 종이는 어느 날 사라질 만큼, 소중해지지 않을 것 같아.


왜 사람들은 살아가는 날에 뭔가를 하려고 시도를 하기보다는 당장 가족 중에 누군가 안 좋은 병에 걸리거나 내가 죽게 되기 전에 돼서야 뭔가를 이루려고 할까? 그때는 정말 시간이 별로 없을 텐데, 이루려고 해도 시간이 정말 많지 않은데 말이야.


그렇다 보니 현재 사는 날들의 시간들을 정말 쉽게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몰라.

시간이 언제나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하지만 시간은 우리가 그를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기 마련이지


그래서 나는 당장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너에게 했지만

사실 정말 하고 싶었던 질문은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고 싶어

그것이 어려운 일이던지, 그저 꿈속에 있는 이야기라도, 아니면 지금 당장은 이루기 힘든 이야기라도

네가 잘 볼 수 있는 메모지에 죽기 전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


눈을 뜨면 하루하루 시간들이 재미없는 시간보다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어

너는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사람이니까 말이야.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너에게 편지를 쓸 때면, 나 역시도 너에게 질문을 했던 것처럼 내가 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하게 되더라.

나 역시도 행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할게

그럼, 내가 쓴 편지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고

우리 앞으로도 꼭 행복해지자.

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너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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