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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Dec 16. 2020

아가가 스트레스받을 때 나오는 그림

약간 슬라임 닮았는데 꽤 귀여운걸

위에 사진의 그림은 신랑과 첫째와 같이 그린 그림이다. 제목은 아가의 스트레스라는 그림이다.

신랑이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며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놀아주었는데 그림을 다 그린 후 첫째도 색칠을 하게 하고 완성이 된 후에 나에게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멀리서 이 형체를 보고 무엇을 그리나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가의 스트레스를 담은 추상화 같은 그림이었다. 역시 추상화라는 것은 늘 어렵다.

그림은 나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그림을 보면서 귀엽게 동글동글한 모습과 꼭 찹쌀떡 같이 쫀득쫀득할 것 같은 모습에 웃음이 나왔는데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둘 다 또래보다 조금 느린 발달로 인해 언어가 옹알이 수준이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표현이 아직은 더딘 편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수다가 많은 아이들이 종알종알 대는 모습을 볼 때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표현도 많고 자신의 의사도 말할 수 있으며 적어도 내가 불리한 상황에서는 '이런 상황이었다고 나는 원래 이렇게 행동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 친구가 이랬어, 엄마가 날 방해했어 혹은 형이, 동생이 그랬어 '라는 말을 할 텐데 우리 첫째와 둘째는 그런 표현이 아직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뭔가 억울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 보니 속마음이 얼마나 답답할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참 예쁜데 그림을 보니 웃음이 나오다가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첫째는 2살 터울인 동생으로 인해 제대로 된 놀이를 하지 못해 늘 동생의 머리를 쥐어 잡고 밀고 짜증을 낸다.

그런데 그렇게 당하면 형이 싫을 텐데도 둘째는 형만 졸졸졸 쫓아다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둘이 그냥 따로 놀면 좋겠는데 꼭 잠도 같이 자려고 하고 같이 다니는 모습에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마도 아직은 사람에 대한 미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라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없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에 때 타지 않은 마음이란 이런 마음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늘 혼내더라도 엄마가 그렇게 좋은지 엄마를 늘 따라다닌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혼내서 미안한 감정과 사랑스러움이 몰려온다. 하루에도 나는 좋은 엄마였다가 나쁜 엄마였다가 몇 번씩 바뀐다.

이게 바로 진정한 아수라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표현이라도 하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다 큰 성인은 뭔가를 사거나 무언가를 먹거나, 아니면 여행을 가나 볕이 좋은 날 산책을 하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정말 아가들은 풀 수 있는 방법이란 게 마땅치 않으니 그 속이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진짜 좋은 발명품이 나온다면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들의 말을 구별할 수 있는 모션과 언어 기계가 나왔으면 좋겠다. 울음소리로 판단을 하거나 행동을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그 모습을 보고 판단을 해주고 육아에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

그리고 아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기계가 나온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아이가 혼자서 울고 있거나 떼를 쓸 때  이런 기계들이 나와서 척하고 도움을 준다면 육아를 하는 많은 부모들이 편해질 거란 상상을 해본다.


나는 어느 순간 엄마가 돼있어서, 갑작스럽게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육아에 서투르고 별거 아닌 것에 화를 내거나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할 때면 자책감과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늘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계가 나오는 건 쉽지 않을 테니, 설사 나온다 하더라도 그 금액은 만만치 않을 테니 앞으로 내가

인공지능 로봇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건 몰라도 육아를 열심히 잘하는 엄마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적어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려고 한다.


아가의 스트레스라는 그림으로 웃음과 함께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그림은 소장해서 가지고 다니려고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지.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로봇처럼 똑똑하지는 않더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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