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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May 07. 2021

나를 돌아보았던 시간들

20화 보잘것없는 사람 - 책을 마치며

본문은 <보잘것없는 사람>의 일부 내용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행복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후회와 못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었습니다. 부모님에 실수와 숨기고 싶던 과거를 글로 남기는 것이 불편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모두들 좋은 것만 공개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서 책을 썼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치유를 받으며 잊고 있었던 소중한 사랑과 추억을 재발견하는 행복한 기억 속으로 초대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저 또한 짧은 삶을 살면서 많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과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도 많지만 실수를 통해 성장도 하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이해하기 힘든 미묘하고 질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 노력하지 않으면 진실을 놓치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오면 가장 먼저 아버지 납골당에 가려고 합니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잠들어 계신 곳에 책을 넣어 드리려고 합니다. 자식 자랑하기 좋아하시는 분이니 잠도 안 자고 납골당 친구분들께 책을 자랑하실지도 모릅니다. 책 속의 내용이 아버지께 불쾌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버지의 치부를 세상에 공개한 것에 대한 창피함보다 못난 아들의 보잘것없는 사랑에 대해서 응원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또한, 글을 쓰는 동안 치유된 이 마음을 가지고 삶을 잃어가는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합니다. 암에서 치매까지 너무 짧은 시간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계시지만 자식들에게 미안해하는 감정도 못 느끼시는 모습이 차라리 속 편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자식 걱정과 집안일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못 하시면서 살았던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남은 세월 동안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사실 수는 없지만 사랑으로 마지막까지 옆에서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신 분들께 숙제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면 아시겠지?’가 아니고 티 나게 표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두 팔을 벌려서 따뜻하게 포옹을 해 드렸으면 합니다. 사실 사는 게 힘들고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의 소중함을 잊고 무한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저도 부모님이 기다려 주실 줄 알았지만 현실의 시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제 자신에게 많은 후회를 느끼며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하루에 딸을 수십 번 안고 사랑한다고 격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표현 방식이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숨은그림찾기를 하듯이 꼼꼼히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만사가 행복하고 문제가 없을 때는 오히려 숨은그림을 찾기 힘듭니다. 늦은 후회를 하기보다는 노력해서 먼저 찾아가다 보면 분명 무수히 많은 숨은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어두운 이야기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는 순간이 되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co.kr>

    


지금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잘것없는 사람>은 아들이 바라 본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 그려 낸 글입니다. 아버지에 관련 된 글만 요약해서 브런칙북으로 만들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서는 브런치 책방이나 인터넷 서점, 시중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자 인세의 일부는 다문화 가정을 돕는데 기부할 예정입니다.


언제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고용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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