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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Aug 05. 2021

누워있는 책을 세워놓고 왔다.

책을 찾아 떠나는 여행

책을 출간하고 독특한 취미가 생겼다. 바로 서점에 가서 내 책을 찾는 일이다. 자비 출판으로 500부를 인쇄한 <보잘것없는사람 >은 대형 서점에 매우 소량으로 입고됐다.

일부 서울 시내 대형서점인 교보문고, 영풍문고에는 매대에 올라가기도 했다. 출판 후 세 달이 지나고 강남, 논현, 홍대, 광화문에 매대에 진열된 책들은 다행이도 사랑해 주는 독자분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떠나기도 했다.

나 또한 줄어든 판매 현황을 보고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습관처럼 사이트를 들어가서 몇 권이 팔렸나 추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1권씩 입고된 서점의 책 들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책이 진짜 서점에 있기는 한 건지 의심이 들었다.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 어머니 집에 가기 전에 들려서 확인했다. 어떤 서점은 진열장 꼭대기에 있어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기도 했다.

직원의 도움을 요청해도 직원 조차 끙끙 대며 겨우 찾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주인 잘 못 만나서 고생하는 책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한 번은 밑바닥에 숨어있는 책을 어렵게 찾아서 넌지시 잘 보이는 곳으로 위치를 이동시키고 죄 지은 사람 마냥 서점을 빠져나온 적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혼자 웃기도 하고 좋은 곳에 옮겨둔 책이 바로 팔리지 않았을까 검색을 하기도 했다.


이 틀전에 들렸던 영풍문고 종로지점으로 갔다. 현재 유일하게 매대에 진열된 책이 남아 있는 서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매대 진열된 서점 중에 가장 많이 안 팔렸다는 뜻이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에세이 신간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로 향했다. 도착해서 한 바퀴를 돌면서 책을 찾아봤는데 눈에 띄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위치를 검색했더니 방금 갔던 곳으로 나왔다.

돌아가서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매대 안쪽에 보이지 않게 쌓여있는 4권의 내 책을 찾았다. 순간 저자인 내 눈에도 보이지 않는 책이 다른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허망한 마음으로 책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반칙은 아니지만 누워 있는 내 책을 세워주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구석에 많이 누워있었으니 잠시 일어나서 운동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보았다. 운이 좋아서 직원이 그냥 넘어가 준다면 며 칠은 다시 눕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슬프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물론 투정도 아니다. 사실 나는 자비출판을 하면서 여러 가지 출판업계에 대한 시스템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누구나 힘들게 책을 쓰면 본인의 책이 사랑받았으면 하는 희망 사항을 품지만 처음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책을 끝까지 썼다는 것과 한권씩하도 서점에 있디는 것이다. 무엇보다 매 달 작은 금액이라도 인세로 기부를 하고 있기에 만족스러웠다.


힘든 삶을 살면서 자기 만족감은 때로는 위안이 되고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영풍문고 종로점을 가시게 되면 누워 있는  책을 운동삼아 일어나게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책 한 권은 출간해 보시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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