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머리가 어지럽다. 마치 누군가 내 몸과 마음을 조정하는 것 같다. 열정과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를 지배당한 것 같은 이 묘한 기분과 함께 살아간 지 시간이 조금 흐른 것 같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던 적은 없다. 생각을 오래 담기보다는 바로 행동으로 이어나갔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냥 밀고 나갔고, 조금 더 나은 삶이 나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행동에 행동을 품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요즘 나를 주춤하게 만든다.
사실 불편하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더 행동하고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움직여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지닌 한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데 그냥 몸이 무겁기만 하다.
목적지를 잃어버린 경주마가 된 나는 활력을 찾기보다는 영양제를 더 찾는다. 습관이 되어버린 출근과 업무 처리 그리고 손도 댈 수 없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들을 보면서 어쩌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듯하다.
젊을 때는 무모했다.
두 번이나 유학휴직을 내고 준비도 없이 타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보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실수를 하고 미련한 짓거리를 하면서 아침에 숙취에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다시 복직을 해서 답답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더 나은 것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평범한 시기에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 사이 아버지는 간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동생은 어느새 어른이 되었으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암이 걸리고, 나는 준비도 없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30대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시간이 총알보다 빠르게 흘러간 것만 같다. 그 바쁜 와중에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까먹었다.
이러다가 정말 재미없는 사람으로 늙어가는 건 아닌지 앞 선 걱정을 종종 한다.
딸아이는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몸도 마음도 끝도 없이 자라고 있다. 받아쓰기 연습을 하면서 좌절도 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씻기 싫어서 반항도 하면서 성정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세월 속에 나를 비춰본다. 어떤 모습으로 남아도 최선이었다고 나중에 말하겠지만 그래도 더 바른 모습으로 비치기를 희망해본다.
누군가 느리게 뛰는 심장을 때려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찾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정말 맞는 건지? 그냥 평온함 속에 나를 던져두고 시계만 보면 되는지...
아니면 이런 고민을 계속하면 다시 꿈 많았던 소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니다. 근데 10년 뒤에 분명 지금 이 고민했던 시절을 그리워할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