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자식을 위해서라는 그 흔한 변명
#일기장 #글쓰기 #생각 #학군좋은곳 #이사 #이직 #퇴사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참 비겁해지는 것만 같다. 물론 그 비겁함이 잔인하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너무 솔직해진다거나 조금은 변명이 늘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물론 방황하고 있지만 30대 초반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입에 우리 딸을 생각해서 그러는 거라는 말은 달고 살았다.
무슨 투자를 할 때도 그런 말을 하고,
직장 내에서 자리를 이동해도 그런 말을 하고
어떤 기회가 생겨서 움직여야 할 때도,
하물며 잠시 단칸방에 살게 되는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도
모두 자식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직설적인 아니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직설적인 아내는 나를 보고 맨 정신에 말을 했다.
"딸아이 핑계 대지 말라고, 모두 자기 좋자고 그러는 거지."
그 당시에는 눈을 크게 뜨고 반박했다. 아니 싸울 듯이 말했다.
모두 자식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는 거라고....
그런데 거의 8년이 흐른 지금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또 딸아이를 앞세워서 생각한다. 아니 말을 한다.
지금 이곳으로 옮기는 게 아이에게 좋은 거라고...
사실 내가 지금 있는 곳보다 다른 곳이 좋아서 선택하거나 조금 더 모험을 하고 싶어서
구상해서 행동하는 것도 있는데 말이다.
물론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더 좋다는 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내 딸은 여기에 머물고 싶어 한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런 아빠 속마음도 모르고 7살 딸은 말을 한다.
"아빠, 나는 집 근처에 여기 초등학교에 갈 거야. 그럼 어린이집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했어. 그럼 나는 너무 행복할 거 같아.."
좁은 인도를 딸아이 손을 잡고 가면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높아진 톤을 말하는 딸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선택은 나는 하고 있는 걸까?
벗어나고 싶다고 노래하던 직장은 아직도 나의 주 수입원이다. 자본소득을 그만큼 만들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직장을 올해 그만두고 딸아이가 정착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사실 계획이 조금 늦춰질 거 같다. 그래서 대안으로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있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껴버렸다. 그것도 딸아이가 내게 말해줬다.
자기는 여기도 행복하다고... 괜찮다고.....
사랑을 하면 걱정은 당연하게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정말 비참함을 안겨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나름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비록 비겁한 변명이라도 말이다.
이번주 금요일 면접을 보러가는데 어떤 결과나 나올지는 모르겠다.
걱정이 되면서... 불안하기도 하다.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조금은 더 가벼워 질거라고 어릴때는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그 당시에 느낀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