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한약 두 봉지를 가방에 넣었다.

#새해다짐 #가족 #건강관리 #한약 #스트레스해소법 #자기관리

by 고용환

피로가 풀리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잠을 일찍 자도 피곤하고 영양제를 아무리 먹어도 피곤하고 피로가 나를 따라다니게 분명했다. 이미 혓바닥은 엉망이 된지 오래고 몸은 내게 이대로 두면 안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니 보낸 지 오래됐다.


그냥 넘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 여유롭게 내 몸을 돌보는 건 사치라서 말이다.

엄마도 아프고, 개인적으로 풀리지 않는 내 가정의 문제도 있고, 직장에서도 퇴사에 대한 고민으로 내 정신은 이미 시한부이기 때문이다. 사서 걱정을 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예민한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성격 체질이기에 그냥 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것들이 넘쳐나면 사람은 생존본능이 발동한다는 것을 요즘 느낀다.


나를 둘러싼 여러 풀지 못한 문제들 또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외면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그냥 외면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감소해서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사실 거짓말이다.

월래 일이 많거나 신경 쓸게 많으면 점심을 거르는 습관이 있었는데 최근에 직장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거의 없다. 그냥 간단히 간식을 먹거나 속 쓰리게 아아만 계속 마셨다. 그래서인지 몸 상태는 최악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시간을 내서 한의원을 찾았다. 예전에 약을 지어먹었 던 것이 도움이 되었고

선생님이 너무 친절히 설명을 해줘서 찾아뵙고 듣고 싶었다.


약을 지으러 왔다고 말하니 몇 가지 테스트를 하고 한의사 선생님을 봬야 한다고 했다. 목디스크 때문에 침을 맞기 위해서는 많이 갔는데 오랜만에 상담을 받는다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맥박을 체크하는 기계에 손목과 발목을 연결하고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테스트를 마쳤다.

너무 간단해서 싱겁기까지 했다.


그리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결과지를 보고 나를 곰곰이 쳐다보셨다.


"힘드시네요. 뭐가 그리 힘드세요.. 그 나이에 나오면 안 되는 수치들이에요.."


그리고 검사결과표를 보여주셨다.


아주 엉망이었다. 각 종 지수는 최악의 수치에 머물러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정상이 없었다.


나는 그냥 요즘 격고 있는 걱정들을 털어놓았다.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쉬면서 누워보라고 하고 내 장기가 있는 곳을 손으로 정성껏 눌렀다. 그리고 말을 하셨다.


"이대로 두면 큰일 납니다. 몸이 망가져요. 아니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이렇게 가두면 몸에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종종 뛰려고도 하고 나름 방법을 찾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해소법을 찾지 못했다. 아니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니 스트레스는 내 주변에 남아 있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소한단 말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선생님에게는 알겠다고 답변하고 몇 가지 처방을 넣은 한약을 권유받았다.


수면 부족보다도 스트레스와 무엇을 한다고 해도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주는

압박이 나를 누르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내년에 40살이 된다는 부담 때문인가 생각도 해봤다.


누군가 나를 챙겨줬으면 하는 나약한 생각을 잠시 하다가 한약을 기다리면서

결국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나를 소홀하게 하는데 누가 어찌 나를 도울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러면서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고 다시 한번 실감했다.

특히나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주변 일들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보낸 다는 것에 대한 끝없는 연습을 통해 결국 나이를 먹고 나를 스스로 보내주는 건 아닐까 싶었다.


말썽쟁이 아빠가 간암으로 세상을 따나고 그 아픔과 공허함은 또 다른 가족을 탄생시켰지만 결국 내 딸도 잘 키워서 보내는 것이 맞았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어둠이 너무 빨리 찾아온 것이 나를 지치게 하긴 했다.

바로 엄마의 위암 판정과 치매 진단으로 보내온 8년의 세월과 자녀 양육과 결혼 생활 그리고 직장에서 버티기가 충분히 한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19만 원을 결재하는 나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짠돌이 인 내가 한약에 의지하는 것도 웃기면서 슬프고 마음 한구석을 차갑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택배로 도착한 쓰고 쓴 한약을 먹어본다.


이렇게 내가 지쳐서 쓰러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직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결국은 나를 떠나겠지만

그리고 그 슬픔을 가슴에 저장하고 살아가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있어

행복하고 나의 존재가 더 가치 있다.


그래도 오늘도 출근길에 한약 두 봉지를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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