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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09. 2023

32화.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도 밥은 넘어간다.

#치매 #엄마 #사랑 #요양원 #요양병원 #시설등급 #부모사랑

엄마를 요양원으로 보내고 동생과 나는 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가정이 있는 나는 하루를 동생과 더 시간을 보냈다. 엄마를 나름 모셨던 그 시간이 동생을 더 죄책감의 구덩이로 몰아넣을까 봐 걱정이 되었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동생은 표정은 어두웠다. 엄마를 모시고 출근하고 퇴근할 때 픽업해서 다시 집에 모시고 올 수 있을 거라고...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던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었다. 그런 동생에게 형이 하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었다.


나는 저녁을 먹고 동생한테 가볍게 말했다.


"우리 목욕탕이나 갈까?"


동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목요탕은 우리에게 얼어붙은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는 나름의 공간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우리 형제는 장례를 마치고 뜨거운 탕 속에 몸을 넣었다. 모든 것이 다 녹아 없어지기를 바라는 불쌍한 얼음처럼 말이다.


어머니의 첫 번째 암선고를 받았을 때도 불안에 떨고 있는 엄마를 뒤로 한 채 목욕탕을 갔었다.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런 몸부림을 고요한 탕 속에서 말없이 나눴다.


그렇게 우리 형제는 힘든 일이 생기면 목욕탕을 갔다.


말없이 옷을 벗고 탕에 몸은 넣고 말없이 천장을 바라봤다.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줄은 정말 몰랐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낸 대역죄를 지은 두 아들은 그렇게 멍하니 초점 없는 눈빛을 하면서 눈물을 땀을 감추며 탕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동생은 말이 없었다. 나도 그런 동생에게 아무런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맨날 일에 치이고,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못난 형이라 더 힘들게 사는 걸 알아서 어리광도 못 부린 초라한 동생의 등을 보니 아버지의 뼈만 남았던 등이 떠올랐다.


 그런 불쌍한 등을 밀고 동생은 내 등을 말없이 밀면서 입을 열었다.


"형... 부모는 자식을 안 버리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왜 엄마를 버릴 수 있는 걸까?"


나는 그 말의 슬픈 무게감 때문에 입을 열 수 없었다. 질문에 답변을 해 줄 수 없었다. 그리고 문득 하나뿐인 내 딸이 떠올랐다.


아무리 고집 센 외국인 아내를 만나서 인정이라는 것이 실종된 채 그냥 영혼 없이 살고 있는 내 인생인데 그럼에도 그 집에 들어가고, 그 집에서 잠을 자는 이유는 딸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어느덧 부모가 되었기에 동생의 그 말은 거짓이 아님을 알아버렸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희생을 했다고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늙어서 우리 형제처럼 내 딸이 나를 요양원 보내버린다고 해도 원망할 수도 서운하다는 표현조차 못 할 것을 알면서도 내 인생보다 소중한 자식이기 때문에...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네가 없었다면 형은 진작에 엄마를 요양원에 보냈을 거야. 그래도 너 때문에 명절 때 엄마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엄마를 나름 편하게 볼 수 있어서 항상 좋았어. 네가 그 시간을 희생해줘서 형은 엄마한테 덜 미안해."


묵묵한 감정을 그대로 품은 채 몸만 깨끗해진 우리 형제는 그렇게 목욕탕을 나왔다.

그저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고 더러운 껍질을 닦은 것뿐인데 뱃속은 배고프다고 요동을 쳤다.


'이런 상황에도 사람은 배가 고프구나... 어쩔 수 없는 동물이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동생이 좋아하는 소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말없이 곱창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멀리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말마다 자가진단키트를 하고 방문하면 면회도 가능했다. 단지 마음이 사막처럼 갈라져서 우리는 이렇게 힘든 것이었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식당에 앉아서 소주 한 병을 시키고 곱창을 입에 넣었다. 참 한심하게도 소주는 설탕보다 달고, 곱창은 고소했다. 민망할 정도였다. 많은 말을 서로 하지 않았지만 우리 형제는 곱창기름에 밥까지 볶아서 먹었다.


웃자고 힘내자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런 상황에도 밥은 목구녕으로 넘어가니까...

그리고 내일 우리는 일터로 돌아가서 아무리 없다는 듯이 주어진 일을 할 테니까...


그리고 엄마는 요양원에서 아침에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살아갈 테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도 물론 등급도 재가여서 한 달에 엄청난 돈이 계속 든다고 해도 그럼에도 오랫동안 엄마가 숨 쉬는 이 공기를 같이 마시며 그 따뜻한 작은 손을 만지고 싶다.


살아계심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omlovefo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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