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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ul 15. 2023

인생은 한번이다. 그래서 퇴사를 고민한다.

사십대 퇴사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나?

40대로 접어들면 몸속에 염증이 늘어나는 것 같다. 병원을 가면 염증 수치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듣는다. 하지만 볼 수 없는 깊은 곳에 염증에 대한 반감은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 술, 담배 등 멀쩡하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게다가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 버텼으니 말이다.


글의 시작은 염증으로 시작했지만 말하고 싶은 염증은 사실  조금은 다르다. 바로 직장생활에 대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런 감정이다. 이게 마치 우리 몸속에 염증과 비슷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미묘하게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고 그냥 방치하면 나중에 큰 병이 될 수도 있지만 여유가 없으면 관리조차 힘든 게 40대 아저씨들의 현실이다.


지금 직장생활을 돌아보면  40대로 접어들면서 신입 때보다는 편해졌다고 하지만 책임은 늘어나 있고, 몸은 예전 같지 않아서 조금만 무리해도 피로가 어깨 위해서 집을 짓고 살고, 아랫사람들에게 편하게 업무지시를 하면 나중에 불편하게 상관에게 욕먹고, 자식들은 이제 조금 컸다고 친구들과 붙어나디며 필요할 때 용돈만 달라고 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미지근한 커피처럼 변해버린 미묘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거 같다.


그런데 무엇보다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바로 40대 현재의 이 삶을 선택하면 영원히 다른 기회를 놓칠까 봐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아직 그래도 육체적으로 젊고, 경력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사회초년생보다는 더 나은 것을 알기에 그동안 꼭꼭 감춰뒀던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사십이라는 나이에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 튀어나온다.


누가 보면 나라에서 돈도 꼬박꼬박 주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편해졌으니 그냥 남은 기간 동안 머물면서 연금 가득 채워서 나오면 된다고 아주 쉽게 훈수를 둔다. 물론 머리로는 당연히 알고 있다. 근데 가슴이 거부한다. 그래서 아마 최근에 내가 실제로 아픈 것 같다.

병원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느낀 건 더 큰 두려움이었다. 만약 없던 용기를 짜내서 퇴사를 했는데 갑자기 내가 병이라도 걸리면? 이런 고민 리스트에 없던 걱정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물론 한 번 사는 인생이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그리고 주변도 행복한 건 경험해 봐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만 행복하기 위한 조건과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은 공식과 결과값이 다른 것 같다. 나는 그냥 그럭저럭 살면 다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행복의 만족감 낮을 수도 있지만 주변은 그런 낮은 만족감 때문에 고통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빗속에 운전을 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생각은 결국 버려지게 되어있다. 아무리 노트에 퇴사 후 계획을 몇 차례 걸쳐 세분화시키고 구체화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느꼈기에 가끔은 퇴사에 대한 생각에서 그냥 떠나고 싶다. 누군가 그냥 영화처럼 모든 고민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다시 그냥 직장을 가졌다는 것 하나에 기뻤던 돈도 능력도 없는 그런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무모하게 용기만 가지고 직장을 떠나는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해 일단은 책을 들고 여러 생각을 정리한다. 용기도 너무 과하면 실패의 윤활유가 된다. 그저 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최고라고 외치면서 막상 나오서 뚜껑 열기도 전에 바로 초라해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두서없는 잡소리지만 나름 심각하고, 이런 고민을 나만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더 행복하고,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곱고 멋지게 늙고 싶어 한다.


나라고 살던 데로 남은 삶을 계속 살고 싶은 것에 쉽게 동의하고 싶겠는가?


인생은 한 번이다. 그래서 오늘도 퇴사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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