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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Oct 22. 2023

브런치 글쓰기에 매달리면 인생이 뭔가 달라질까?

스트레스는 나이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인생에 놓인다. 어릴 때는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하고 방법도 찾아내지만, 어느덧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놓인 상태로 그냥 둔다.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아니 비겁한 겁쟁이처럼 놓인 바닥을 바라보면 한숨이 나온다.

나에게 나름 해소법은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답답하고 누구에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살기 위해 키보드를 두르렸다.

좋은 습관하나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일기장에 쓰던 글을 브런치를 만나서 쓰다 보니 오히려 글을 쓰는 횟수가 늘어나서 나중에 좋은 결정과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그런데 내가 남겨둔 글들이 요즘 초라하게 만든다.

어쩜 인생이 이렇게 어둡고 칙칙할까.


어디를 둘러봐도 빛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가끔은 부끄럽다.

아직 어른이 덜 돼서 철이 없어서, 강하지 못하고 나약해서 이런 흔적들을 모두에게 공개하나.


3년 동안 나는 무엇을 쓰고 또 쓴 걸까?


오늘따라 그런 생각이 불쑥 찾아와서 내 속을 뒤집고 다닌다.   


최근 어머니 글을 올리고 전체 조회수가 200만을 넘었다.

어느 날 확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200만 명이 내 글을 스치던, 읽던, 생각하던, 잠시 머물던 하셨다는 것에 왠지 나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알았다.


한 때는 아니 1년 전만 해도 글만 평생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쓰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아서. 그리고 공개하지 못한 미완의 글들이 잠들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런데 평생 글을 쓰면 산다는 것은 어쩌면 글을 팔아 밥을 먹고산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 생각을 빨리 접어서 밀어 넣었다.

벗어나려고 수많은 일들을 간접적으로 열심히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취미가 직업이 되면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었다. 마치 정말 친한 여사친에게 고백 후 차이면,

가장 친구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마음으로 나는 글쓰기를 바라봤다.

내가 퇴사하고 여기에 매달리면 분명 영원한 이별 또는 영원한 동거 둘 중 하나의 결말로

흘러갈 것이 뻔했기에 두려웠다.


그래서 내 삶에 유일한 쉼표인 글쓰기와 이렇게 작별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글을 멈추면 나는 파멸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가깝고 친해졌다.


아니 어쩌면 그 정도로 외롭고 주변에 남은 것들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설픈 나이가 되니 새로운 사람은 경계하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웃어도 주고, 위로도 해주고, 힘든 일을 도와줄 수 있지만 뭔가 부족하고 공허함을 그들로부터 채울 수는 없었다.


넘치도록 무엇인가 받아보려고 해도 이미 그릇에 너무 많은 구멍이 나서 불가능했다.


하지만 글은 뭔가 계속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이야기가 늘어나고, 감정이 녹아들고 미묘한 변화를 추적하고, 용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은 글처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할 수 없었고 마음도 지워지지 않았다.


이런 복잡한 감정을 품고 브런치 공모전에 응모했다.

항상 기대하지 않는다.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워서 나조차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요즘은 조금 더 정신없이 바빠지고 싶기도 하다.

억지로 바쁜 것이 아니고 열정을 다해서 바쁘게 보내고 싶다.


그래서 글로 상처를 덮고 싶다.

잠시 힘든 순간을 힘차게 키보드 누르듯 밑에 눌러놓고 싶다.


엄마도, 다문화도, 딸아이도, 퇴사 고민도, 이혼도, 재테크도

내 머릿속에서 잠시 외출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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