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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02. 2021

부모가 된 그 아들

아버지와 반대로 살기로 했다

살기 힘든 대한민국 아니 세상이다. 그토록 원망하고 원망하며 미워했던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그 아들은 한 집안에 가장이 되어서 무거운 짐의 무게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어떤 아버지의 인생의 목적이 원망받는 부모이고 싶겠는가? 절대 그런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해도 완벽한 만족감을 자식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도 가깝지만 먼 것이 부모 자식 관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안다고 생각하면서 자식을 키우지만 우리는 항상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산다. 삶은 하나가 아니고 각자의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삶, 어머니의 삶 그리고 자식의 삶이다. 그 영역은 매우 분명하다. 책을 쓰면서 스스로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쁜 감정보다는 어려움 속에서 밝은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만약에 그 삶에 무게감이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이 나를 버렸다면? 이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였다. 그래도 항상 옆에 있었기에 나와 동생이 이렇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은 홀로 세상을 떠난 그가 부럽기도 하다. 적어도 걱정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아버지 말대로 다문화 가정의 가장 역할은 나 또한 나의 한계점에 줄다리기를 하면서 사는 순간을 매번 느끼게 해 주었다. 직장생활 또한 그 누구나처럼 만만치 않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항상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 불안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해 본다. 내 딸이 나에게 왜 이렇게 살았냐고? 원망을 한다면 나의 심정은 어떨까? 아마도 내 아버지가 그랬던 거처럼 그냥 자식이기 때문에 무한의 용서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를 할 것이다.

아버지와 반대로 살겠다고 다짐을 하고 개인적으로 나의 삶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주변에 따르는 사람도 생기고 소신 있어 보인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렇지만 나의 모습 속에서 나쁜 모습이든 좋은 모습이든 지금도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진실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울을 보기 전에 다른 모습으로 꾸며도 거울을 보면 결국은 그 모습은 자신임을 깨닫는다.


어쩌면 반대로 산다고 했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었을 것이다. 끝까지 자식을 걱정하며 죽을 맞이했던 아버지를 미워했던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외롭게 홀로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 수술 이후에도 증세는 급하게 나빠졌다. 해외로 교육을 가기 전에 남은 가족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진통제도 듣지 않을 만큼 온몸의 고통으로 거친 숨을 몰아서는 아버지를 보기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출국 전날 나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말을 했다.

"아들 다녀올게요"


그러자 나에게 포옹을 해주었다. 모든 고통을 참아가면서 "걱정하지 마, 조심히 다녀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발걸음은 진흙 속에 있는 것보다 더 무거웠지만 나는 병원문을 향해 걸어갔다. 병원을 나서기 전에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배를 웅켜잡고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못난 내 아버지가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지막 순간이었다.


용서한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했어야 했다. 훌륭하게 키워줘서 아들이 사람 역할하면서 살고 있다고 너무도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했어야 했다. 그 뒤로 아버지는 내 꿈에도 나 타지 않았다. 어머니도 동생도 꿈속에서 아버지를 보았다고 말을 했다. 나는 부러웠다. 솔직히 보고 싶었다.


내 딸이 태어나는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내가 힘들 때 가장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다.


만약에 꿈속에 나타난다면 묻고 싶다.


" 아빠, 나 잘하고 있는 거죠? 나 열심히 살고 있는 거죠?" 그리고 듣고 싶다.

우리 아들 힘들지? 잘하고 있다고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




책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여러 감정과 혼란스러운 생각들 때문에 전체의 내용이 매끄럽지 못했을 겁니다.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비슷한 환경 속에서 괴로워하거나 부모님이 원망스러운 분들이 있다면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항상 주어도 부족한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하지만 받는 자식 입장에서는 남들과 비교를 하면서 부모의 아름다운 사랑의 가치를 이해 못하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나중에 좋은 말을 듣는 아빠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스스로 100점이라고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반대로 살기로 결심했다면 분명히 최고의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가끔 남들이 저를 동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은 누구보다 훌륭하게 가정교육을 받아서 어떤 어려움에도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요.


항상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부모님께 말해야 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요.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요.










책 표지 이미지 출처

https://encrypted-tbn0.gstatic.com/images?q=tbn:ANd9GcRBTjbtd9JZlQNVs5k3p8jFFngubNbskI11gg&usqp=C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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