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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03. 2021

애미야 밥은 어디 있냐?

시어머니 식사하세요

음식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그 기분은 황홀하다. 그래서 맛집 앞에서 몇 시간을 줄을 서도 정말 맛있으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다문화 가정의 결혼 6년 차의 삶에서 모든 문화를 장벽보다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음식이다.


하지만 음식도 문화에 포함이 되기에 무엇을 강요할 수 없다. 같은 한국에서 자라도 부모님의 식성에 따라서 매운 것, 싱거운 것 등등 각자의 입맛은 정말 다르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남성과 매운 것을 싫어하는 여성이 만나서 데이트를 하면 아마도 둘 다 잘 먹을 수 있는 공통분모의 식당을 골라 다닐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한다면? 그것도 부부싸움의 원인 될 수 있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양호와 타협을 통해서 서로 맞춰간다. 그것은 주로 음식을 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문화 가정은 어떨까?


이것은 음식의 간이 짜고 맵고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주식에 대한 문제로 넘어간다. 혹시 땅콩버터를 비싼 배송비를 주고 바다 건너서 주문을 하고 배송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 본 적 있는가? 그리고 그 수제 땅콩버터의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으며 황홀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의 가족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잘 잊은 김치에 삼겹살을 싸 먹으며 세상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 소주 한잔을 하지 않는가? 그건 나의 이야기이다.


우리 집의 주방의 주도권은 남편인 나에게 넘어왔다. 이유는 서양식과 동양식 중에 그래도 한쪽이 더 버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그쪽으로 밥상을 차려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빵과 파스타 그리고 감자 등을 먹으면서 매일 살아갈 수가 없다. 아무리 배에서 천둥소리가 나도 그런 음식이 매일 저녁 식탁에 올라오면 조용히 냄비를 들고 라면을 끓인다. 하지만 적어도 내 가족은 나보다 동양 음식에 대한 소화력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우리 집에 요리사는 남편인 내가 되었다.


그렇다면 동양은 왜 쌀 중심의 음식문화를 가졌을까?

서양의 음식 문화가 밀가루 중심인데 반해 동양은 쌀 중심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거나 고온 다습한 기후는 쌀의 생장과 수확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동양에서는 쌀을 중심으로 쌀에 부합할 만한 야채·생선·고기를 맞추어 가는 형식의 발전을 이루었고, 그 결과 서양에 비해 목축 및 공업의 발달은 더디었으나 쌀을 이용한 식문화는 대단히 발전하였습니다.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에 속하는데 90% 정도가 아시아의 각 국에서 생산되며 그 대부분이 역시 아시아에서 소비된다. 이는 녹말의 성질과 쌀알 내의 조직 구조 차이 때문인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가 차진 밥을 선호하고 대부분은 인디카형의 가벼운 쌀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러한 쌀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덕분에 동양의 식문화는 쌀을 중심으로 한 다양성을 갖춘 모습으로 발전했다.
 출처: https://paranbvul.tistory.com/entry/

나의 요리 실력은 취미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왜? 엄마들이 밥을 다 차리면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막상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간을 보고 맛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먹게 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가 한 음식이 밥상에 차려지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2021년 새해 첫날 동생이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 집에 왔다.

왼쪽은 우리 가족이 오른쪽은 내가 차린 밥상


그럼 나는 무척이나 더욱 바빠진다. 꼭 시어머니가 집에 일주일 이상 머물 때의 그런 모습으로 정신없어진다. 이유는 어머니도 몸이 좋지 않아서 거의 집에서 요리를 못 해 드시고 그 어머니를 모시는 동생도 제대로 된 밥도 못 먹고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 길을 내려오면 어떻게 든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고 애를 쓴다. 물론 보통의 가정의 모습과는 다름이 존재한다. 이런 환경은 부부 사이에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을 한다. 먹고사는 게 별거인가?라고 말할 수 있다. 배달음식 시키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마다 다르겠지만 소화할 수 있는 한국음식의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저녁을 직장에서 먹고 간다고 거짓말을 한다.


예를 들면 내장탕이 너무 먹고 싶은데 같이 가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먹는 거 구경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속 편하게 혼자 식당을 가서 "짭짭" 거리며 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집에 온다.


개인적으로 포만감 있게 더 잘 먹고사는 것은 동양이 아닌가 싶다. 처갓집이 캐나다인 이유로 2년에 한 번씩은 거금을 들여서 캐나다를 간다. 엄청난 대가족이라서 형제들 집을 하루씩 방문해도 꼬박 8일이 걸린다. 어느 날 초등학교 고학년 (우리나라 중학생)인 조카가 학교를 가는데 도시락을 보았다. 솔직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빵과 생과일 그리고 과정가 성의 없는 플라스틱 백에 들어가 

있었다. 

딱 봐도 엄청나게 클 나이인데 고작 빵 쪼가리를 먹고 먹고 어떻게 생활을 하나 싶었는데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혼자 차려먹는 음식이 식빵에 버터를 발라서 먹는 것이다. 나는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만 계속했다. 어떻게 저렇게 먹고살 수 있지?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맛있게 잘 먹는다. 그 후로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에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시리얼을 먹고 점심은 간단한 샌드위치나 식빵으로 도시락을 먹는다. 집에서 파스타나 간단한 빵을 먹거나 가끔 피자나 고기를 오픈으로 익혀서 먹는다. 그러면서 생각을 했다. 이것이 음식문화이구나. 물론 결혼 전에 영국과 필리핀에서 유학생활을 하였지만 필리핀에서는 당연히 한국식당을 주로 찾아다녔고 영국에서 생활할 때도 음식을 집에서 해 먹기 때문에 쌀과 밥통을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들의 생활을 직접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생활은 지금 나의 반쪽이 되었다.


가끔 혼자 생각을 한다. 만약에 내 딸이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고 아빠인 내가 흰쌀 밥에 한국식 반찬 3가지 정도를 넣어서 보온도시락 통에 밥을 싸준다면 어떨까? 



요즘은 서구화된 음식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래도 국제결혼을 생각한다면 음식에 대한 궁합 부분도 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지인 중에 외국 여성과 결혼한 사람 있는데 거기는 나보다 더 심하다. 가족분이 한국음식이 전혀 맞지 않아서 진짜 결혼 생활 내내 빵 비슷한 것만 먹고 산다고 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눌 때 나처럼 밖에서 혼자 해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자녀도 어린이집에 음식에 잘 적응을 못해서 걱정이라고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적어도 나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나또한 딸 걱정에 요리책을 보고 이것 저것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다행이도 내 음식도 좋아해주고 특히 김치전을 제일 좋아하는 딸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한 집안에서 두개의 문화가 공존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님을 항상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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