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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Jan 04. 2021

퇴사하는 신입, 신입 찾는 회사

회사에서 버티고 성공하는 법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일은 상당히 신중한 일이다. 특히, 경력직이 아닌 신입사원은 업무 능력에 대한 부분도 확인할 수 없고, 인성이나 직장에 대한 충성도는 더욱더 확인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증이나 학력, 해외연수 경험, 입상 경험 등등 스펙에 의존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아무것도 확인이 불가능하기에 공식적으로 인증된 능력이라도 뛰어난 사람을 뽑는다면 조직에 어느 부분에서라도 활용하거나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지 않을까?


하지만 최근에 이슈들을 보면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입사하자마자 퇴사하는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7.7% 그들은 왜 떠나야만 했을까?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7.7%’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를 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4년(25.2%)보다 2.5% 포인트나 올랐다고 한다. <출처: 잡코리아>


하지만 대한민국의 젊은 사람들은 과연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발견을 하고 회사를 찾아서 지원을 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똑같은 모습의 교육을 시키고 졸업하자마자 "난 이런 일을 하면서 평생 살고 싶어"라고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은 정말 행운아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꿈과 적성이 아닌 자신의 스펙에 맞춰서 입사지원서를 기계처럼 넣는다. 그중에 운이 좋아서 취직이 되면 직장인 되었다는 생각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은 현실 속에 금방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모래로 성을 쌓았다는 것이다. 모래는 취업자 스스로가 단단하게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였고 사회가 그들에게 그럴 시간적 여유나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모래성을 누군가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바로 직장의 바로 윗 선배들이다. 그들이 자신의 불평불만과 이 회사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고를 해준다.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하거나 재취업을 하라고 한다. 한번 발을 담그면 자신처럼 된다고 경고를 하면서 말해준다.


셋째, 회사에 맞는 인재를 선발 못한 회사이다. 적어도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지 확실한 회사의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부족하니 채용을 하거나 비슷한 스펙으로 지원자 중에 선발하면 안 된다.

인사담당자가 밝힌 신입사원 조기퇴사자의 퇴사 이유 중에는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또는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 결과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퇴사한다’고 밝힌 신입사원이 37.1%(복수 선택 응답률)로 가장 많았고,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한다’고 밝힌 신입사원이 23.6%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연봉이 낮아서 퇴사한다’고 밝힌 신입사원도 22.6%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외에는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높아서(19.8%)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19.0%) △복지제도에 만족하지 못해서(13.3%) 순으로 퇴사 이유를 밝힌 신입사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잡코리아>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그 조직에서 일하면서 업무의 성과 우수한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을 같이 공유하려고 한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15년 넘게 일을 해왔다. 부사관은 중간관리자이다. 해당 직무에 따라서 업무의 영역이 달라진다. 또한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나는 인사과에서 회사로 보면 팀장 역할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인사과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부서에는 팀장 1명과 사원 2명이 있었다. 하는 일은  500명의 조직원 인사관리와 각종 보고서 작성 그리고 상급 부대의 업무, 경리업무, 검열, 선발 및 면접 업무 등등 그래서 인사과 팀장들은 3개월을 못 버티고 도망을 가곤 했다. 물론 군대이기에 이직이 아닌 보직변경이고 공무원의 장점 때문에 부서를 옮겨도 인사상 큰 불이익이 없기에  팀장이 그만 두면 다른 사람이 오고 그 사람도 엄청난 업무량에 질려서 도망가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사원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부사관도 아니고 간부도 아닌 병사였다. 정말 일을 열심히 안 해도 누가 모라고 할 수도 없는 그리고 보수도 거의 없는 2년 계약직 인턴 같은 존재였다, 팀장이 힘들어한다면 당연히 사원들은 더욱 힘들다. 인사과의 사원들은 수시로 그만두었다. 그러니 인사과는 업무가 엉망이었다. 꾸준히 업무를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부서인데 일은 많고 꼭 필요한 부서였다.

   그리고 아직 근무년수가 한참 부족한 내가 결국은 인사과에 부서장으로 앉게 되었다. 그만두기 전에 그래도 남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여기서 주도적으로 일해보고 싶었다. 문제는 항상 회의에 다른 업무로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내가 없는 시간에 우리 사원들이 내 지시를 받아서  일을 많이 해줘야 하는데 그들도 지쳐있었다. 그리고 한 명의 전역으로 다른 병사를 선발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군대도 선발권이 있는 부서나 조직이 있다.

   인사과는 선발권이 있었다. 부대로 전입 온 병사 중에 면담을 통해서 선발하면 된다. 사회와 매우 유사하다. 문제는 이력서(생활지도 기록부)를 검토할 시간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스펙을 위주로 선발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소지자, 대학교 졸업자, 특이한 이력이 있는 병사 중에 선발을 했다.

  

   그런데 업무를 알려주면 한 달 뒤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저 여기서 일 못하겠습니다." 하는 것이다. 물론 이해는 가는 현상이다. 다른 병사들은 일과가 끝나면 축구도 하고 개인 여가도 즐기는데 인사과 인원들은 나를 포함 거의 매일 야근 지옥이었다. 아무리 내가 맛난 것을 사주고 주말에 목욕탕도 데리고 가도 그들은 인사과에서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싫었을 것이다. 3명째 인사과를 못 버티고 떠나자 나는 선발 시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벌써 1년이 넘게 나의 선배들도 도망간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나에게 물어봐야 했다.


  여기서 일한다고 진급이나 다른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닌 군인인데 맨날 퇴근도 못하고 이렇게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나는 지금 어린 나이에 여기서 일하는 기회가 나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강한 믿음과 이왕 하는 군생활에서 조금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서 인정받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 시간이 행복했었다. 엉망이었던 보고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칭찬도 받았고, 현상을 잘 파악해서 보고하면 조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인재를 찾는 방법을 계속 생각했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파악하고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발을 위해서 신병들이 있는 상급부대로 갔다. 우리 부대 순서가 되었을 때 평소라면 생활지도 기록부(이력서)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을 텐데 나는 그것들을 보는 대신에 전체 인원을 운동장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나와 반대 방향을 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큰소리 말했다.

"여기서 선발되면 인사과에서 일하게 될 텐데 매일 야근하고 남들 놀 때 불평등하게 나랑 같이 일을 해야 합니다. 근데 한 가지 약속하면 보통의 군생활을 한 병사보다는 분명 같이 오래 일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자! 나랑 같이 일해보고 싶은 인원 손들어봐!"


그리고 나는 가장 먼저 손을 든 한 명을 인사과로 데리고 왔다. 나 또한 뒷모습만 보고 있어서 누군지도 모르고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나와 2년을 꼬박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전역하는 날 남자 녀석이 내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토록 오랜 시간 남자와 포옹을 한 적은 없었던거 같다. 그래도 정말 따듯했다. 만약에 내가 군인이 아니고 사장이라면 나는 그 친구와 평생 일을 했을 것이다.




사실 그 친구의 업무 역량은 정말 떨어졌다. 컴퓨터도 하나도 못했고 눈치도 없었으며 성격도 밝지 않았다. 거의 하루의 24시간 중 18시간을 붙어서 지냈지만 1년이 지나서야 농담을 구분할 정도로 재미없는 친구였다. 그리고 나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친구 입에서 다른 곳으로 보직을 이동시켜달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나 또한 업무능력이 좀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래도 옆에 배우려는 그 친구에게 단 한 번도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느리지만 1년 지나서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는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사과는 흔들림 없는 1년을 보내게 되었고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만약에 내가 스펙이 좋은 병사만 찾았다면 나 또한 4년이란 시간 동안 인사과에서 버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책임감이고 신뢰감이고 인정해주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다. 그 친구 선발시 내가 분명 맨날 야근하고 힘들 거라고 했다. 하지만 분명 한 가지라도 더 배워서 사회에 나가게 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의 용기를 믿고 오랜시간 지켜보고 기다려 주었다.


어쩌면 사회에서 신입사원을 채용 시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닐까? 그리고 신입이 회사퇴사를 결심할 때 너무 빨리 그 회사 가치에 대해 앞만 보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낀 일도 시간이 흘러서 보면 내게 가장 많은 영광을 주었던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기다리지 못한다면 평생을 신입사원으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정말 완벽한 신입만 찾는다면 어쩌면 평생 신입사원 없이 회사를 운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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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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