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헌 Sep 23. 2022

꽃기린

고난은 진실을 꽃 피우기 위해 손목에서 횡으로 자랍니다


꽃기린


주영헌



비릿한 냄새가 지층으로 뚝뚝 떨어집니다


누구의 눈물입니까, 대속(代贖)의 꽃잎입니까 단 한 번도 타인을 위해 개화하지 못했던 나의 신앙을 자책합니다 나는 나를 위해 꽃피운 자를 진심으로 신앙할 것이라고 믿음을 가진 자입니다 진실한 고난은 나를 구원할 것입니다


꽃잎은 흉터를 따라 뿌리를 키웁니다 


내가 나를 위한 신앙이 될 수 있을까요 내가 나의 신앙이라면, 나는 나를 위한 불신이기도 합니다 나는 나에게 진실한 배교도였던 것입니까 나는 하나의 머리에 두 개의 영혼을 가진 자입니다


내일의 내가 나를 향해 줄기를 뻗을 때, 고난이 신앙처럼 탄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난의 진실을 꽃 피우기 위한 붉은 줄기가 손목에서 횡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 08화 울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