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영헌 Dec 21. 2020

원래 시집은 지독하게 안 팔립니다 1

어쩌다 시인 2



  먼저 시집을 낸 이후의 얘기를 먼저 시작하고자 한다.      


  첫 번째 시집은 등단한 지 7년 만에 냈다. 우리는 시집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나까지 시집을 내는 것에 합세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인이라고 불리는데 시집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간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원한다고 시집을 낼 수 있을까. 시집을 출간하는 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몇몇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봤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누구는 100번쯤 투고했다고 하는데, 시집 출간을 하는 출판사는 그렇게 많지 않아서 10여 개의 출판사에 투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투고에서 되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했다. 마치 짠 것처럼. ‘원고는 좋지만, 출판사의 출판 방향과는 맞지 않아서 어렵다’라는 상투적인 문장이었다. 처음에는 내 시가 괜찮다는 말을 믿었으나, 거절이 반복될수록 괜찮다는 말이 괜찮지 않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두 번째 시집의 출간도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갔다. 첫 번째 시집은 시선집으로 발간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두 번째 시집은 대중시선을 표방하고 있었다. 대중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은 시집을 출간하는 출판사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나의 투고는 시집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출판사가 아닌 일반 출판사였는데, 어려운 사정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한 오프라인 모임에서 편집자에게는 ‘시는 어려워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시가 어렵다’는 얘기란 ‘시집은 안 팔려서 출판 목록에서 뺀다’는 의미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몇몇 유명 저자의 시집을 제외하면, 지겹게도 팔리지 않는다. 

     

  시집은 ‘안 팔릴 줄 알지만 내는 것’이다. 이 말속에는 엄청난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안 팔리면 출간하지 말아야 하는데, 매년 엄청난 숫자의 시집이 출간된다. 어떻게 보면, 시집출간은 자본주의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팔리지 않는 시집을 출간하려는 시인과 그 시집을 출간해 주는 출판사. 제정신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리라. 일정 부분을 자비출판이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집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안 팔린다는 말은 시집 출간의 노력과 비용이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시집은 자본과는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의 순수 예술이 그러하다. 도저히 비용과 수익의 측면의 시소를 맞출 수가 없다. 특히 시집 한 권을 묶기 위해서 투입된 시인의 노력은 비용으로 측정할 수 없다. 문제는 측정할 수 없음으로 ‘0’에 가까운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예로 시집 정기의 10%를 인세로 받지만, 2쇄를 찍은 시인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다수의 시인이 시집 판매로 얻는 수익은 대부분 100만 원 미만이다. 이 또한 자비 출판이 아니면 출판사로부터 저자본을 몇권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시집을 출판사로부터 사는데 쓴다. 시작부터가 '마이너스'이다.



(계속)




주영헌 시인은...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김승일 시인과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로 동네 서점을 다니며 시 낭독회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시인이 되었을까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