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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헌 Dec 21. 2020

시집을 팔고 싶습니다

어쩌다 시인 3



  '어떻게 시집을 팔아야 하는가?'는 지금 내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물론 시인이 시집을 팔아야 할 의무는 없다. 시집이 잘 팔린다고, 금전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시집을 쓴 시인의 인세는 10% 내외다. 내 시집의 경우는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어 인세는 그보다 적다(일러스트의 작가의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시집 한 권의 가격이 1만 원 내외이고, 1천 부를 찍는다면, 시집이 다 팔렸을 때 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인세는 판매가격의 10%인 100만 원이다. 그것은 내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비용을 들여서 마케팅한다는 것은 손실을 적극적으로 떠안는다는 말이다.


  출판 마케팅은 출판사에서 진행되어야 맞지만, 소규모 출판사에선 마케팅을 해주기란 힘겨운 일이다. 왜냐하면, 마케팅을 진행할 직원도 없을뿐더러,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책에 비용을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모 카페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1천만 원을 쓰고 500권을 판매했다는 한 출판사 대표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손에 쥔 것은 500만 원의 마이너스와 1만 판매 포인트라는 그럴듯한 성적이었다고 했다. 알라딘의 경우 1권이 판매될 때마다 100포인트 올라가는데, 100권이 한꺼번에 팔렸을 경우 수치상으로 1만 포인트가 된다. 꾸준히 500권의 책이 팔려준다면, 1만 포인트는 한동안 유지될 수 있다. 물론 마케팅이 끝나고 책 판매가 준다면, 판매 포인트는 몇천 단위로 금방 떨어질 것이다.     


  소규모 출판사에선 비용이 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기에는 어렵다. 무리한 마케팅으로 판매 포인트를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아무리 많은 시집을 직접 사서 판매 포인트를 높인다고 해도, 꾸준히 독자의 매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린다. 만약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단 한 권도 팔리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책이 팔리지 않는 까닭에 여러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콘텐츠(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원하는 독자와 책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팔리기 위해서는 독자에게 원하는 책이 노출되어야 한다. 그래야 관심을 가지고 서평 등을 읽어보고 다음 책을 구입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독자가 내가 출간한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책을 구매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나 출판사는 대형 서점의 매대에 책을 올리려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독자에게 노출되어야 책이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광고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진 출판사도 많지 않을뿐더러, 대형 출판사도 선택과 집중을 하므로, 무명의 작가는 광고예산 책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이 말을 거꾸로 생각하면, 목마를 사람이 우물을 파듯 작가가 나서지 않으면 그의 책은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내가 시집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출판사에 기대어 미래의 불확실성과 만나는 것 보다, 내가 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것.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과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서 보기로 했다.






주영헌 시인은...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김승일 시인과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로 동네 서점을 다니며 시 낭독회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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