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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헌 Dec 27. 2020

발로 뛰어서라도 팔아야 합니다

어쩌다 시인 4



  첫 번째 시집은 2016년도에 출간을 했지만, 2019까지 채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 인터넷 서점의 포인트도 바닥에 가까웠다. 2020년 10월 말 출판사로부터 재고가 200여 권 남아 있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몇 달이 더 지났으니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되었을 것이다. 300여 권 이상의 시집을 팔 수 있었던 계기는 낭독회의 영향이 컸다. 


  2020년 1월 김승일 시인과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를 시작했다. 1월 노명우 작가의 <니은서점>을 시작으로 11월 말 CGV 용산아아파크몰까지 총 15회의 낭독회를 개최했다. 코로나로 많은 독자를 모객 할수 없어서 대부분 소규모로 진행되었지만, 20여 분까지 참여를 했다(CGV는 50명이 참가했다). 평균 10여 명의 독자가 낭독회에 참가했는데, 15회를 전부 합하면 최소 150명 이상의 독자가 참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이룩해 낸 성과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반달 서림 낭독회 사진


  독자를 만날 때마다 내 시집과 시를 소개했고, 그때마다 시집을 구매해 주셨다. 단순히 참석해 주신 분들만 시집을 구매해 주셨을까. 그렇지 않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이 바이럴 마케팅, 입소문 마케팅인데 참여한 분들은 개인 SNS를 통해서 우리 낭독회를 알리고 내 시집까지 함께 소개해 주곤 했다. 소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진심을 담고 있는 개인 SNS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왜냐하면, 낭독회에 참석해 준 독자 모두가 내 편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팬이 된다. 적극적인 소통이 나의 문학 활동에 큰 힘이 된다.


  팬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영향력이 된 지 오래다. 아이돌이나 탤런트뿐만 아니라 작가도 펜덤이 필요하다. 사실 펜덤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독자를 말한다. 책이 출간되면, 책을 사줄 수 있고, 책의 좋은 점을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이기도 하다. 연예인은 방송 매체나 다수의 공연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지만, 작가는 소통의 채널이 그렇게 많지 않다. 최근 개인 SNS가 있어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었지만, 활발히 이용하는 작가도 그리 많지 않다.


  과거의 작가는 보통 숨겨져 있었다. 소수의 작가가 활동하고, 텍스트가 가장 중요한 매체였을 때에는 작가가 숨겨져 있어도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정보를 전해줄 매체가 다양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상매체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오늘, 책은 파이가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소수의 작가가 지배한다. 숨겨진 활동만으로는 생존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나와 내 책을 홍보하지 않으면, 단 한 뼘의 땅 위에서도 머무를 수 없는 것이다.


  대중시집을 내는 작가들 다수를 보면, SNS와 같은 뉴미디어를 통해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이 많다. 이들은 SNS를 통해 많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산문집이나 시집을 출간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의 판매량이 뒷받침 된다. 또한, 긍정적인 리뷰를 올려주기 때문에, 쉽게 그의 책에 쉽게 접근하게 된다. 따라서 팬덤이 있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를 비교해 보면,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유명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렵고 외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기는 했지만, 시를 주로 소개했고 시인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 독자와의 접촉은 많지 않았다. SNS도 이와 비슷해서 SNS의 친구 대부분이 동종업계(시인) 분들이 다수였다. 두 번째 시집의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은 까닭이 이 부분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일반 독자들이 시집을 사 줘야, 판매량이 늘어난다.


 올해 다수의 독자들과 낭독회에서 만나면서, 나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시인으로서 생존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다. 그 어느 것 하나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독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독자만이 작가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주영헌 시인은...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김승일 시인과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로 동네 서점을 다니며 시 낭독회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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