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

우리의 삶도 된장처럼 익어갈수만 있다면

by 주영헌 시인


음식과 관련된 시를 여러 편 썼습니다. 가장 먼저 쓴 시가 「밥상」이라는 시였고요, 이후 「국수를 삶으며」, 「열무 비빔밥」등을 써서 발표했습니다. 사실 음식과 관련된 시는 무궁무진합니다. 모든 음식이 시의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인과 음식이 특별한 사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면, 독자에게 아무런 감흥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된장국, 오랫동안 음식을 만들어왔던 저에게는 여러 경험을 안겨준 음식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억이라면 군에서 취사병으로 있을 때의 경험입니다. 된장국은 군인에게 애증의 음식입니다. 만들기도 쉬울뿐더러, 쉽게 끓인 만큼 맛도 좋을 리 없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도 정성이지만, 된장국의 맛은 된장이 결정합니다. 군용 된장이 집에서 손수 만든 된장만큼 맛이 있을 수 없기에, 어설피 끓여낸 된장국은 군인들의 기피 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된장국은 자주 메뉴에 등장했습니다. 만들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냉장고에는 감자, 시금치, 아욱, 배추, 근대, 냉이, 기타 등등의 채소가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냉장고의 채소를 꺼내 물을 넣고 된장을 풀어 펄펄 끓이기만 하면 메뉴 중 하나가 만들어집니다. 더군다나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부대 표준 메뉴가 아닌 급양병이 직접 메뉴를 짰기에, 된장국에 대한 유혹이 더 컸습니다.


만약 질 좋은 된장에 싱싱한 채소를 넣어 사랑과 관심을 넣어 끓여냈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훌륭한 된장국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괜찮지 않았습니다. 저도 피 끓던 20대였습니다. 만약 내가 20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된장국을 끓일 것입니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 정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요즘 우리 집에서도 된장국을 자주 끓이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맛을 내도, 아이들에게는 그냥 똑같은 된장국인 모양입니다. 어린 시절의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년 시절, 왜 그렇게 된장국을 싫어했었는지. 그런데요, 지금은 다릅니다. 된장국 좋아합니다. 물론 된장국뿐만이 아니라, 남이 차려준 밥상은 다 좋아합니다.


제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제 나이쯤이 되면, 된장국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익혀가는 맛이 무엇인지 된장국을 통해서 알게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된장국


주영헌



저녁상을 차리기 곤란한 날에는

된장국을 끓입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언제든

된장국에 어울리는

채소 한 가지씩은 있습니다.


오늘은 된장을 풀고

배추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배추 된장국을 끓이려고 합니다.


어머니가 보내준 시골 된장 냄새가

부엌 가득 끓어 넘칩니다.


장맛은 묵히는 맛이라고 합니다.

참는 것과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뜻,


우리의 삶도 된장처럼

익혀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과 나의 밥상,

잘 끓여낸 된장국처럼

맛있게 차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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