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서야 알게된 고마움들
허리통증을 안고 살았습니다. 드문드문 통증이 재발까지했고, 그때마다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통증에는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하나는 참을 수 있는 통증이고 또 하나는 참을 수 없는 통증입니다. 지금껏 내가 겪은 통증은 대부분 참을만한 것이었습니다. 진통제의 힘을 빌려 며칠만 참으면, 통증은 잠잠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겪은 통증은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무엇인지 알게 했습니다.
제 병명은 ‘요추 추간판탈출증’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허리디스크라는 병입니다. MRI를 찍은 다음 날 수술을 했습니다. 척추가 휘어있어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수술은 잘되었다고 의사가 설명합니다. 다리를 찌르던 통증이 사라진 것을 보니, 의사의 설명대로 수술이 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끝내고 몸을 추스르기까지 10일가량 병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방문할 때에는 입원실을 잡지 못해 애를 태웁니다. 입원실에 올라가야만, 제대로 된 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막상 입원실에 올라가면, 퇴원할 날짜만을 기다립니다.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을 사용하는 것도 불편할뿐더러, 음식, 침대, 공기 모든 것이 불편합니다. 저는 허리를 수술한 환자였기 때문에, 침대 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지근거리를 다녀오는 것, 모든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오래 입원을 했기 때문에, 저는 창가 옆에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입원중 제 일과중의 하나는 침대 옆에 서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였습니다. 병원 밖으로 천변이 보였는데,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걷기도, 뛰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 몸의 상태와 비교하니, 그들의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잘 걷는 사람이, 잘 뛰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운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소한 일상이 행복이고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병원에 입원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잘 걷고, 잘 뛰고, 잘 보고, 잘 듣고, 잘 먹을 수 있는 것이, 고마울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서러운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의 고마움들을 천천히 생각하니 서러운 일보다 고마운 일들이 고마운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이, 친구들이, 그리고 온 세상이, 사방이 다 고마웠습니다.
이번에 아프지 않았다면, 내가 이 고마움을 알 수 있었을까요.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마움보다 서러운 마음에 세상을 원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입원기간 동안 나는 어떤 불행은 행복의 밑거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주영헌
병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생각했습니다
천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저렇게
잘 걷고
잘 뛰고
잘 보고
잘 듣고
잘 먹을 수 있는 것이
고마울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이 들어가는 것이 서러운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서러움보다
고마운 것이 더 많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이
친구들이
그리고 온 세상이,
사방이 다 고마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