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달아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아주 작은 소설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화집이었다. 우화집이라는 것은 어릴 적 보고 처음 보았다. 그런데 이 책이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책 중반부에 가니 알 수 있었다. 책에는 사회에 대한 적 나란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불평 그리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면 불편하다. 이유는 아무래도 자신을 욕한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루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나는 할 수 없는 비평' 그것을 대신해 주는 책이라는 것이라는 거다.
첫 장에 있는 눈사람 자살 사건은 가슴 아프게 슬픈 일화다. 이 글을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 욕조에서 뜨거운 물에 담긴 눈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이상하게 내가 보인 이유일 테다. 평생을 춥게 살아온 눈사람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트북 앞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러는 이유는 늦게 시작한 이 글 때문이다. 미처 펼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가 아쉬워서 일 것이다.
내 이야기를 최승호 작가 식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나는 냉정함이 없다. 코가 없는 송아지 이야기는 인상 깊었다. 평생 코뚜레에 코가 꿰어 살아야 하는 소의 후세를 위한 간절한 소망이 같은 어미로서 느껴졌다. 하지만 그 소망으로 송아지는 평생 불구라는 꼬리표와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 불편함을 얻었다. 과연 누굴 위한 소망이었을까?
평생 구덩이만 파는 사람의 이야기도 남는다.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지만, 읽고 나면 기억에 흔적을 남기고, 곱씹게 만든다. 마치 아재 개그와 같지만, 반대로 슬픈 현실을 마주한다는 게 다르다. 내가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 추천해보려 한다. 하지만 자라는 청소년은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삶을 어느 정도 산 사람에게 이 책은 공감이 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뿐일 테지만, 청소년에게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심어줄 듯 염려스럽다. 아직 다 피지 못한 꽃이 꽃이길 포기할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