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나는 사계절 중 가을을 좋아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 사색하기도 좋고 발아래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를 특히나 좋다. 그런데 이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 매년 길어지는 폭염과 자기 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겨울, 그 사이에 가을은 너무 짧다. 올해만 하더라도 많이 늦지 않았는가.
전에는 비가 오면 계절이 바뀌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이 비가 그치면 올까? 하면 오지 않았다. 뒤늦게 온 가을은 바삐 움직였다. 가을 경치를 만들려고 서둘러 잎을 물들이고, 공기를 바꿨다. 서둘렀지만, 모든 게 늦어버리고 말았다. 가을 산을 보려 등산객이 넘쳐나던 산은 때늦은 손님에 당황했다.
다음엔 고작 며칠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을 맞춰 책을 내는 작가도 있다. 왜냐면 가을과 시는 참 어울리니까 말이다. 책과 글과 함께 하는 내게 가을이 사라지면 정말 아쉬울 듯하다. 어쩌면 핑계일지 모르는 이유가 어떤 이에게는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 독서라는 이름을 낯설게 느끼는 누군가에는...
오늘 드디어 내 책을 받았다.
책을 몇 권 보내드릴까요? 하는데... 망설여졌다.
솔직히 소장을 위한 한 권만 받을까 생각했다. 예전처럼 몇 천부를 찍는 게 아닌데, 차라리 한 사람이라도 더 보게 그럴까? 고민했다. 누가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다. 그리 두껍지 않은 양과 적당한 글자 크기, 다솜 작가님이 그려준 예쁜 표지... 가을과 참 어울리는 모습이다. 우산 위에 비가 떨어지는 부분을 디테일하게 살려주어 유독 두 아이에게 시선이 간다. 굳이 작가의 의도까지 파악해 주지 않아도 되니까 읽혔으면 좋겠다. 어느새 서로에게 물들어버린 두 아이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세상의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그런 감정들에 공감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보고 싶은 책도 생겼다.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이다. 난해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책을 내고 생각해 보니 굳이 독자가 작가의 의도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자세히 묘사하기 위해 도입한 부분들이 난해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즐기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명의 화자가 있는 것도 인상 깊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도 그러했다. 세명의 화자가 있음에도 어색하지 않은 글이라면 얼마나 멋진 책인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게 중요하니까. 잠시 책을 기다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