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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흔적

인친(인스타친구)

새벽이 오니 인연이 왔다/에세이

by 그래

요즘 들어 인간관계에 지칠 때가 많다. 잘 알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만난 이라서 안심하는 면이 좀 있었나 보다. 결국엔 결이 다르면 아무리 같은 관심사로 만난 사람이라도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밤늦은 시간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자니, 벌써 새벽 5시다. 밤새도록 시집 정리도 하고, 그동안 쓴 글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집필 중인 글을 정리하고, 의뢰가 들어온 건도 정리해야 하는데, 좀처럼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으니 쉽지 않을 뿐이다.


말에 상처받고, 믿음에 금이 가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그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의심케 한다. 나는 인간관계란 인연이 겹친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쉽사리 맺지 않고, 한번 맺으면 오래 쌓아가려 노력한다. 관계란 혼자만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이어지지 않는다. 함께 하는 것이다. 퍼즐처럼 맞출 수 있는 게 사람 마음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배려가 당연해지고, 그게 핑계가 되어 쉽게 보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인스타그램으로 만난 사이, SNS라는 매개체가 신의를 저버린다. 결국엔 SNS라는 것은 믿지 못할 존재였던 것일까? 보지 않는 곳에서 오직 글로만 이야기하는 사이에서 직접 통화를 하고 대면하면서 의견 충돌이 있으면 오히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자신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기준에 오히려 나를 맞추려 하는 모습에 지친다.


‘나는 나니까’ 그게 왜? 친구 사이에 가장 필요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친구라는 인연으로 엮인 사이라면 더더욱 ‘나는 나니까 네가 모든 걸 맞춰야지!’ 이 말은 화를 부른다. 제발 ‘SNS에서 만난 사람이라서 그래.’


말을 안 들었으면 좋겠다. 제발! 부탁이다. 스스로 인친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제발 조심 좀 했으면 좋겠다. 인친, 인스타 친구를 말하는 말이 아닌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친구로 봐주길 바란다.


친구니까 더 진심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퍼즐처럼 끼워 맞추려 하지 말고, 맞춰가는 사람이 되길 정말 간절히 바란다.


어느새 어둠은 짙어지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과 인연을 쌓을 것이다. 한순간 나만을 위한 생각으로 모든 걸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길.


작성일 : 2024년 07월 어느 날

출판사 : 포레스트웨일

구매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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