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시
'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알겠다. 참 쉽지 않다. 먹고살기 힘들 때는 배불리 먹이기만 하면 되었다. 시대는 변하고, 먹는 거에 여유가 생기니까 더 어려워졌다. 어떻게 해 주는 게 최선일까?
첫애는 엄마가 T라 힘들다고 한다. 글 속에선 F이면서 현실은 아니라며 서운하단다. 둘째는 마냥 좋단다. 내가 T라 둘째가 안긴다. 반면 첫애는 모든 게 나와 닮았지만, 딱 하나 공감 표현이 틀리다. 그러나 두 아이 모두 감사하게도 내가 엄마라 좋단다. 친구들도 부러워한단다. 어떤 점이 그럴까?
나는 의견을 주고받는다. 묻을 뿐이다. 공감을 얻을 때도 아닐 때도 있지만, 제일 우선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이의 인생이다. 부모라고 해서 책임을 질 필요도 없고, 간섭할 자격은 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조언은 조언으로써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 나의 조언은 세상을 살아보지 못한 아이에게 또 다른 이야기로 간접 의견을 들은 것일 뿐이다. 그렇게 시야를 넓혀간다면 그걸로 만족해야 한다. 아이의 실패 앞에서도 부모는 의연해야 한다. 나중에 숨죽여 울더라도 부모는 괜찮다고 응원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라고 하더라도 실수는 반드시 한다. 그때는 실수를 인정하고, 아이에게 말해야 끝이 난다.
모든 것의 시작은 아이이고, 모든 것의 마무리도 아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부모다. 그것의 범주에서 예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