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시
세상일이 참 쉽지 않다.
하루를 잘 살고 일어나면 다시 하루의 시작, 아침이 온다. 어제는 다시 '기억'이라는 저장소로 들어가고, 또 다른 오늘이 차곡차곡 쌓여가면 하루가 끝날 때는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기억이란 참 신기하다.
어릴 땐 행복의 정의였다. 엄마 손을 잡으며 다닌 모든 장소가 된다. 정신없는 재래시장, 뻥소리에 놀라 엄마 손을 놓은 순간 행복은 사라지고, 불안하고 무서웠던 기억이 된다. 시끄러운 그곳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엄마 목소리, 안심한 나는 겨우 안정을 찾는다. 그러면 나의 기억 속에 재래시장은 불안을 안겨 준 무서운 곳으로 남아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 없이 다시 그곳에 가면 그저 추억일 뿐이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며 웃기도 한다.
지금은 지워지고 있다. 다시 채워지기는 하지만, 문득 떠오른 장면은 어딘지 궁금한 곳 천지다. 겨우 부여잡은 기억은 그렇게 희미해지는 것이다. 왜 이 순간이 되면 불안해질까? 심각한 일이라도 되듯 눈살을 찌푸린다.
어려운 문제 앞에 아이의 시선을 빌렸다. 그때는 그랬지. 웃으며 나를 위로한다. 이젠 내게 기억은 잊히고, 지워지고 있다. 다시 채워도 조금 남을 뿐이다. 서서히 더 많은 기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기억은 사라지고 있지만, 기록은 남았으니까 말이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