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담담한 작별 신고

추모시

by 그래


한때는 평생 친구라 저장했던 사람이 죽었다. 가끔 생각나던 사람이었고, 비록 좋은 이별은 아니었으나 그때는 서로를 아낀다 여겼었다. 인연이라는 건 쉽게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끊어내는 건 정말 어렵고, 아픈 일이다. 그 사람은 내게 끊어진 인연이었다. 오래 아팠고, 힘든 헤어짐이었다.


그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은 거였다. 비록 끊어진 인연이었도 잘 살길 바랐다. 어디선가 안 좋은 소문이 들려도 그럴려니 하던 사람이었으나 오늘 소식은 나의 발목을 잡고,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빈소에는 가지 못한다. 우리의 인연은 그만큼 악연으로 끝났으니까. 아무에게도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큰 탓이었다. 내게 특별한 사람이었고, 그 사람도 늘 그리 말했다. 힘들 때 아무 말없이 손 내밀어 준 타인이었다고 했다. 나에게는 당연한 행동이 그 사람에게는 특별했고,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 주는 마음이 고마워 나도 특별해진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이젠 기억에만 남을 사람이 되었다. 아픈 헤어짐은 이제 나눌 사람이 사라졌다.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아프다. 단 여섯 글자 속에 머물러 버린 사람, 나는 내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부디 바람이 되어라

머물러 있는 걸 싫어했던 너니까

바람이 되어 세상 구경 다 해라

태평양이고 대서양이고 건너서

너가 가고 싶었던 외국도 실컷 구경하고

아쉬운 마음 다 씻어내고

미련 없이 떠나길

더운 여름 유난히 싫어했던 너야

찬 바람이 너이길...

나의 관한 미련 따위 버려버리고

너만을 위해 머물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물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