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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을 뒤지는 손

하루시

by 그래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오늘 본 그림은 손동작만 들어간 연속작이었다. 짙은 어둠 속에 빛을 가르고 나타난 손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혹은 누군가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그림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손으로 끝난다. 그러나 왜 내게는 무엇을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까? 손목의 긴장감 위로 보이지 않는 주인공의 만족한 표정까지. 그림은 손만 그렸지만, 내게는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었다.

보여줄 수 있는 최선으로 최고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건 그림을 연습하는 분의 습작이었지만, 그에게는 그만의 재능이 있었다. 어설픈 작품이라 말할지 모르겠다. 보는 이의 마음은 이만치 들뜬데, 말이다. 그의 다음 그림이 기다려진다. 같은 공간에서 잠시지만, 같이 배운다는 점에서 난 행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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