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그림 7 일차_손, 발 그리기

2025년 06월 23일 월요일

by 그래

지도 앱을 따라다닌 지하차도는 죄다 계단밖에 없다. 환승역 마저 계단으로 내려가 계단으로 두 번 올라가야 하고, 학원 바로 앞에 지하차도 역시 계단이다. 에스컬레이트는 남편이 배웅해 준다며 내려준 그 역으로 올라가는 그곳뿐이다. 그마저도 역내에는 계단이다.


7일 차부터 에스컬레이트를 찾아다녔다. 분명 지하철 내부 나오는 방송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고 탈 때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 했다. '7-3' 이게 내가 외운 구간이다. 두 열차는 이 부분에 있었다. 그러나 그조차 잊어 오늘도 나는 계단을 오르내렸다.


학원으로 올라가는 지하차도에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다. 매번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인다. 그때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또 짐을 가지고 있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인원수 초과로 기다리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힘들게 올라온 나는 역 앞에 있는 대리석 의자에 잠시 앉아 있다가 학원 1층에 있는 의자에서 2차로 쉬었다.


폐색전증을 앓은 이후로 계단 오르내리기가 제일 겁나고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듦도 학원에 도착해 수업이 시작하면 잊었다. 이 힘듦은 노트북을 포기하고 한결 가벼워진 가방을 메는 것으로 대체할 뿐이었다. 그만큼 그림 배우기는 나에게 재밌고, 즐겁다.


오늘 수업은 손부터 배웠다. 엄지 손가락 관절이 한 개라는 걸 다른 사람은 알까? 나는 처음 알았다. 내 몸에 붙은 기관인데, 참 낯설었다. 제일 많이 쓰는 손가락이 두 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기에 다 그런 줄 알았다. 또 첫 번째 관절은 손가락의 딱 2분의 1 지점에 있고, 두 번째는 반의 2분의 1 지점에 있단다. 새로운 사실이었다.


인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매번 새로운 사실에 감탄의 연속이다. 엄지 손가락의 자유로움도 익히 몸은 알았지만, 머리는 몰랐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와 네 번째의 손가락 길이는 같아 보이지만 , 네 번째가 살짝 길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신기한 점은 손바닥에서 보이는 손가락 길이가 손등의 손가락 길이보다 길다. 인체의 신비 시간인가? 순간 든 잡생각을 지우며 그리는 방법을 배웠다.


그저 보이는 대로 그린다에 초점을 맞추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겠다 싶어도 막상 그리다보면 쉬운 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발가락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실 그리면서도 어렵긴 했다. 느낌대로 그리긴 했지만, 실제는 더 어려운 듯했다. 오늘 과제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수업 중에 그린 손들

일단 손은 도형화를 그려서 그리는 것이 그나마 쉬웠다. 전체적인 실루엣을 그린 후에 도형화로 바꾼 다음 곡선과 마디를 만들었다. 제일 어려운 건 왼쪽 하단에 있는 가리키는 손가락이었다. 정면을 보며 가리키는 손가락은 선생님이 예시로 그려준 것처럼 둥그런 원을 그리면서 방향을 잡고, 점점 작아지는 원을 그리고 틀을 잡아야 했다. 이 방법은 이 글을 정리하는 지금까지도 못 깨우쳤다.


아쉽게도 너무 어려웠다. 고급 기술이라도 하더니 역시 쉽지 않은 기술이었다. 그렇다고 포기는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성공하지 않겠는가? 하다 보면 말이다.


오른쪽 상단에 있는 손은 살짝 오므려지는 손이고, 중간에 겹쳐진 손은 기타 같은 현을 연주하는 손가락이다. 둘 다 어려웠다. 그러나 도전의식은 매번 새로운 것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오른쪽 하단은 나이 든 노부의 손이다. 주름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손 그리기와 발 그리기 과제

첫 번째 사진은 수어의 손동작이다.


비 오는 날,

널 보았다.


이 짧은 문장을 수어로 표현하기 위해 한국수어협회에 들어가 동영상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리고 핀터레이터에서 비슷한 손동작을 찾아서 대조해 가며 그렸다. '널'이 부분의 수어가 오늘 어려워했던 바로 그 손동작이었다. 둥근 원을 작게 만들어가며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 자세히 보면 비슷하게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그저 주먹으로 보일 뿐이었다. 육각형 안에 손 모양은 예시 그림에 있는 손동작이다. 이 손동작을 보는 순간 저 장면이 떠올랐다. 가스라이팅을 표현하는 모습이 말이다. 역시 글 쓰는 사람은 어떤 무엇을 배워도 표현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창조의 분야에서 새로운 창작을 하면서 조금씩 글을 입혀가고 있었다.


발동작을 그리면서 복숭아 뼈와 이어지는 부분이 헷갈렸다. 얼추 비슷한가 생각하고 좀 떨어져 보면 오른쪽 하단 끝 두 번째 사진처럼 이상한 모양이 나왔다. 위에서 내려다본 바닥에 대고 있는 발모양인데, 어찌 발모양의 손이 막대기를 집고 있는 것처럼 나왔다. 수정을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왼쪽 하단에 있는 그림은 발 동작만 그리려다가 조금만 더 그려볼까 하다가 결국 전부 그린 그림이다. 뒤통수 표현을 계속 검은 칠로 했더니 이상해 조금 지웠다. 그랬더니 더 이상해져 버렸다. 오늘은 인물이 아닌 발이 포인트다 생각하며 거기서 멈추고, 과제 업로드로 마무리 지었다.


각 분야의 연습은 매번 할 수 있다. 왜냐면 사람은 손과 발이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부 표현을 공부할 때마다 그림이 조금씩 풍부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내일은 무얼 배울지 집에 가는 전철에서 핸드폰 화면에 집중했다.


어딘지 두근두근 설레는 연애를 처음할 때와 비슷한 그런 느낌이 계속 든다. 수업시간 2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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