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9일 목요일
오늘은 좀 더 구체적인 인체 간략화에 배운다고 했다. 이 수업을 미리보기 하기 전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 먼저 과제로 해버렸다. 역동적인 자세, 춤동작, 발레 동작 등 몸음 움직이는 동작들을 배우는 거였는데, 배우기도 전에 시도부터 한 격이었다.
아니냐 다르게 설명을 듣고나니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작에서 문제점을 보기 위해서는 도형화를 해보보면 알 수 있다고 하셨다. 보이는 면과 감춰진 면 그리고 움직인 동작으로 인해 이 변화는 도형으로 바꿔서 표현하면 면적 비율이 오류가 난 걸 금방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도형화조차 틀린 경우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는 거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몇 개의 동작은 맞았고, 몇 개의 동작은 틀렸다. 대부분 내가 할 수 있는 동작이 틀렸다. 아무래도 그림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본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순전히 내 생각이긴 하지만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부분을 예상해서 해석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주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내게 시력은 급속도로 나빠진 원흉이 되었다. 병원에서도 안경점에서도 컴퓨터 작업이 잦아질 수록 시력이 더 떨어질거라고 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고도로 시력이 나쁜 사람은 시력이 잘 보이는 사람보다 늦게 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예외였다. 특수한 환경 때문에 더 빨리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3년 이후 가까이에 있는 것과 멀리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할 때가 올 거라고 말했다. 이는 저주도 뭐도 아닌 사실이었다. 그 말을 들은지 대략 1년 반이 지났다. 서서히 가까이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뭔가를 할 때면 글을 키우기 일쑤였고, 키우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실수가 연속이었다. ㅏ와 ㅑ 같이 점이 하나 더 있는 경우는 100% 틀렸다.
핸드폰으로 뭔가 톡을 보낼 때는 조심스러워지고, 보낸 후에 다시 읽어보는 작업을 몇 번이나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보낸 걸 지우려고 해도 이미 본 사람까지 지울 수는 없는 부작용을 달고 살게 되었다. 브런치 글이 줄어드는 건 이것도 한 몫 했다. 핸드폰 작업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글을 짧아지고, 횟수는 줄어든 것이다.
어쨌든 여러 가지 불온 요소로 인해 동작을 보고 그리는 인체 간략화는 재밌다는 겉 표현과 달리 속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결국엔 수업 중에 그린 인체 간략화를 보면 확연하게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이 나왔다. 아마도 이 동작만 그런 건 아닐 것이라 예상된다.
인물이 있어서 그린 사진은 올릴 수는 없지만, 오른 쪽 하단에 두 사람 중 큰 쪽이 내가 그린 그림이고, 옆에 작은 사람음 선생님 그림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 그렸다는 게 믿을 수 없다. ㅠㅠ
구도가 각도가 비율이 틀린 것을 알게되자 내 그림의 모든 것들이 의심 들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6일, 틀리는 것은 당연한 건데 또 이렇게 좌절 모드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땅굴을 파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과제를 해야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식사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드로잉북을 펼쳤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렸다. 배운대로 열심히 눈으로 본 것을 옮겨 담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구도도 비율도 엉망이지만, 제법 예시 그림이 있으면 비슷하게 표현은 가능하게 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벌써 부터 기대감은 올라갓다.
만약 이걸 디지털 드로잉으로 그린다면 어디까지 달라질까? 나는 뭘 그리고, 또 뭘 표현할까? 그런 생각으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