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8일 수요일
본격적으로 사람 그리기에 들어갔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지금은 전반적인 것이라 쉬운 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가장 중요하며 핵심이라고 했다. 인체 간략화를 잘못하면 그림 자체가 틀어진다고 말이다. 이 말은 그림을 그릴수록 더 확실하게 와닿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8등신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한참 미스코리아 선발전 방송이 유행하는 시절을 청소년기르 보내서 그런 듯 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9등신이라는 말에 어쩐지 나는 뭔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사람의 구도는 어떤 프로젝트냐에 따라 2등신부터 10등신 이상까지 나눌 수 있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신은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나를 이런 많이 모자란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졌다. 내 기준에서 미인은 8등신, 그 외는 7등신 이내인 줄 알았다. 대학 시절, 8등신 모델이 나오면서 이 비율이 최고의 미인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때 머리 기준으로 자신이 몇 등신인지 재 보기는게 유행이기도 했다. 그때 내가 7.5등신으로 나왔던 걸로 알고 있다. 확실하게 줄로 재서 제대로 한 건 아니었다. 대충이었지만, 나름의 기준을 맞춰 쟀었다. 그런데 9등신이 정상이라면 나는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순간이었지만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선생님이 보여준 예시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가 떠올랐다. 그거와 전혀 다른 사진인데도 여전히 나는 둥근 공 모양 속의 사람의 인체가 둥둥 떠 다녔다. 선생님은 제대로 인체 간략화를 위해서는 해부학을 공부해야 한다면서 나중에 근육 묘사를 위해 선 힘줄과 근육들이 어떻게 있는지 알아두면 좋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학교 다닐 때부터 해부학은 싫었다. 굳이 그렇게 까지는 안 하고 싶었기에 이번엔 권유한 내용을 잊기로 마음먹었다.
기본적인 인체 간략화의 들어가는 도형은 동그라미, 네모였다.
네모는 뼈에 해당되고, 동그라미는 관절이다. 몇 번의 연습을 하고나니 왜 네모와 동그라미면 충분하다고 말한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표정을 뺀 얼굴의 각도와 자세만 그려도 제법 사람처럼 보였다.
수업 중에 그린 인체 간략화다. 여전히 어설픈 그림이다. 중간에 호러 아기 그림은 집에 와서 다른 건 완성한 후에 사진을 찾다 걸린 아기가 너무 예뻐서 그려봤다. 그랬더니 아주 이상한 사람이 나와 사실 나도 깜짝 놀란 놀랐다.
내가 이 그림을 배우는 진짜 목적은 동화책 혹은 그림책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이 인체 간략화에 시도했는데, 이때 선생님은 말씀이 생각났다.
[어른과 아이의 인체 비율은 다릅니다.]
비교적 짧은 길이의 아이 전신을 찾는 순간 선생님의 말을 100%로 이해했다. 그래도 시도는 즐거운 일이 아닌가? 다양한 동작을 바라보다 맘에 드는 몇 가지 구조를 간략화 작업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수업 중에 우연히 찾다 나온 두 사람의 포즈를 보는 순간 이끌림으로 간략화 시도를 해보았다. 오른쪽 상단에 보면 근육의 느낌도 살려보려 나름 연구를 해보았지만, 처참하게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오른쪽 하단에 있는 것은 아래쪽에 누워있는 사람의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윗사람의 절규하는 모습을 간략화한 것이다. 이걸 기록해 주는 이유는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과제를 하기 위해 사진을 찾던 와중 나와 비슷한 몸매를 가진 여인들이 나왔다. 묘한 끌림은 동족을 만난 기분과도 같았다.
나는 왜 평범한 과제를 하지 않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글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시도의 관한 재미를 붙이면서 다양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그림 실력도 없는 내가 이런 시도를 하는 건 괜찮은 건지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게다가 잘 그리지도 못한 이런 초보스러운 그림을 공유하는 건 또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시간의 흔적이 아깝다고 보기엔 너무 못 그렸다. ^^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붙이자면 나의 그림 배우기 실력 향상 여부를 기록하기 위함도 있지만, 새로운 배움을 추구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손으로 그린 것이 누군가의 발로 그린 것보다 못할 정도로 못 그리면서 배우려 시도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당신은 나보다는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해보라는 격려의 뜻이 강하다. 어차피 나는 이미 오래된 사람이다. 이 그림으로 밥 먹고 살자 하는 것도 아니요 그냥 나의 머리에 있는 엉뚱한 상상을 글로서 표현하지 못하는 작은 것들은 끄집어 내기 위한 수단이다. 거창한 이유를 빼고 나면 그림을 배운다는 그냥 내 만족인 셈이다.
다시 과제를 시작하면서 눈에 띤 영화가 있다. 보통 사람을 그린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다. 이걸 직접 보지는 않았다. 그냥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짤이나 짧은 영상으로 본 게 전부다. 저런 소소한 장면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나는 그림으로 내가 배운 그림 기술을 총 동원해 표현해 보기로 했다. 그뿐이다. 시간은 오래 걸렸고, 비슷하지도 않다. 그런 들 어떠랴.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가 그리고 싶은 분야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사진을 찍으며 과제 게시판에 올렸다. 어김없이 30분 후, 한 명씩 자기가 그린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