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24일 화요일
단체 그리기는 인체 간략화의 종합이었다. 이날 정말 안 좋은 소식을 접한 직후라 솔직히 그림 그리기 싫었다. 그래서 과제도 올리지 않고, 집에 오자마자 멍하니 있었다. 과제가 없는 날도 있구나 하기도 했다. 그래서 과제는 9 일차를 통해 한꺼번에 올렸다.
오늘 배운 그림은 2인 이상 단체를 그리는 것이었다. 사실 6일 차와 7일 차를 통해 실험정신을 발휘해 2인 이상 그림을 그렸었다. 남주와 여주의 발레 동작을 인체 간략화로 그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과제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수업은 투시를 통해 배운 원근법과 인체 간략화를 통해 배운 인체 비례도를 생각하면서 모델이 입은 옷까지 표현하는 거였다. 옷의 구김과 접힌 부분 그리고 생략된 부분을 생각하며 그리기를 요청하셨다.
내가 목표로 삼은 모델은 담벼락에 자유롭게 앉아있는 남녀의 모습이었다. 살짝 떨어져 앉아 자유분방한 옷차림에는 개성 있는 모자가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이 예뻐 그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거의 90도 앉아 있는 모습인데, 꾸부정하게 앉은 모습이 나왔다. 기분 때문인지 수정 과정도 귀찮고, 어서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만 더욱 크게 들었다.
결국 바로 뒤에서 그림을 보러 온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은 처음 출발선이 잘못되어서 그렇다면서 그리는 방법을 처음부터 알려주었다.
왼쪽 상단에 있는 것이 내가 완성한 그림이고, 아래 하단이 선생님이 그려준 기초공사다. 보면 알겠지만,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충대충 그린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나는 이날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유는 내 글을 구독하신 분들은 눈치챘을 수도 있다. 혹은 수업한 날의 글을 보면 알 수 있을 터다. 다시 되새김하고 싶지는 않기에 그냥 넘어가련다.
오른쪽에 있는 그림은 4명 이상의 단체를 그린 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델과 서 있는 모델, 의자에 살짝 기대 가부좌를 틀고 앉은 모델, 그 옆에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모델까지 섬세하고 표현하고 싶었지만,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선생님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준 순간 비슷한 사진을 찾았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이 오른쪽 하단의 여자다. 방파제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바다 위에서 흔들거리는 발동작과 무언가를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모습, 옆으로 메는 천가방의 헐렁한 모습과 오버핏의 맨투맨 옷 위로 입은 오버핏의 잠바까지 어떻게든 비슷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전혀 오버핏은 보이지 않았고, 너무 작은 얼굴에 몸짓만 큰 이상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결국 덮어버렸다. 선생님의 내일 보자는 말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전철을 타고, 오는 전철을 확인도 안 하고 타는 바람에 하마터면 먼 타지로 갈 뻔했다. 낯선 전철역명에 부랴부랴 내려서 다시 서울로 향했다. 더운 여름, 서울로 다닌 이례 가장 긴 하루였다.
보통은 미완성 글은 집에 가서 완성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정말 연필을 잡아도 사진을 관찰할 수가 없었다. 결국 드로잉북은 이날 처음으로 가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드로잉북은 기본 25장으로 되어 있다. 8일 차가 되었는데, 마지막장이었다. 지인은 연습하는 드로잉북과 수업용 드로잉북을 따로 하라고 했지만, 내 그림은 모든 연습용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선긋기 연습만 하던 드로잉북을 가방으로 옮겨 담았다. 동시에 4권의 드로잉북을 주문했다.
100장의 드로잉북에는 과연 어떤 그림이 담길까? 연필로 배우는 수업은 4주면 끝이 난다. 하지만 선생님은 디지털드로잉과 연필 드로잉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지만, 드로잉북은 어디서든 가지고 다닐 수 있으니, 이를 참조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곳에 무엇을 담을까?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이 머리를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