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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예쁘다

하루시

by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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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하늘이 원망스러운 여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예쁘지만,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을 만든다. 거니는 사람마다 얼음소리가 찰랑거리는 텀블러가 필수품이 되었다. 어르신들은 무거운 텀블러대신 손수건과 부채를 들었고, 아이들은 한 걸음 떼기가 무섭게 칭얼거리기 바쁘다.


지하철이나 버스 속에 사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뜨거운 해는 피했지만, 에어컨이 주는 인공적인 차가운 바람 때문에 두통을 느끼거나 여름 속에서 겨울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당연하듯 감기를 달고 살고 꽁꽁 닫힌 창문 때문에 공기는 무겁고 탁하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본다. 나의 짜증만으로도 벅차다고 시위라도 하듯 말이 없다.


저마다 하루를 보낼 장소로 향하고 다시 저녁이 되면 같은 장소에 모인다. 저마다 시간은 다르지만, 아침과 별만 다를 것은 더운 공기 속에 어서 집에 도착하기를 희망할 뿐이다. 얼굴마다 치친 기색은 숨기지 못할 정도로 짙다. 나라고 다르지 않는다. 왕복 3시간 거리, 1시간 30분 수업 수지타산 맞지 않는 일정을 소화 중이다. 결국 한 달 쉬기로 했다.


8월은 학생들의 방학 기간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군입대를 준비하는 학생, 학생, 학생들이 쉬는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학원이 그렇듯 8월이면 방학 특강으로 인해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까지 학원은 붐빈다. 그 속에서 버틸 자신이 없다. 그나마 조용한 지하철이 편할 만큼 학생들 사이는 소음이 한계치까지 올라간다. 겨우 학교 앞 건널목을 지나도 학생들의 수다는 끊이지 않고,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듣기 거북한 욕설(이제는 일상어가 돼버린 욕설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런 학생들이 모일 8월의 학원, 결국 수강을 포기했다.


덕분에 9월 9일까지 나도 방학이다. 7월 31일 신나는 마음으로 집에 왔다. 오늘은 늘어지게 자야지 하고 7시에 눈을 떴다. 온종일 밖에 한번 나가지 않았다. 나의 쓸데없는 수다를 재밌게 들어주는 단톡방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은혜 님은 그중에 한 명이시다. 늦은 귀가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말을 참 이쁘게 하시는구나 어쩌다 나누는 대화로 알게 된 전부다.


은혜님의 귀가 속에 풍경이다. 노을이 정말 예쁘다며 감탄한 사진 속은 지하철 역사인 듯했다. 이제야 퇴근을 하는 은혜님께 노을이 짙게 드리우져 있는 것이 상상되었다. 글 속에 원망은 죄다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은혜님을 상상하며 느낀 걸 섞었다.


다행히 괜찮다 말해주어 나 또한 다행이었다.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은 단톡방에서 사진을 올려주면 글 써주는 작가로 등극되었다. 이번에 몇 번째인지 세지 않아 모르겠다. 이제 사진 위에는 쓰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림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말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듯하다.


너무 기술 좋은 단톡방 인연들이 공유해 주시는 사진이 탐이 날 만큼 좋다. 아마도 좋은 인연이라는 것도 한몫했으리라. 덕분에 우울한 글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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