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첫 책이었던 아이야
2022년 07월 11일 처음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현대 로맨스라는 흔하디 흔한 장르와 소재를 가지고 나온 내 책은 잔잔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키워드 중에서 [달달물], [잔잔물], [신분차이], [신데렐라] 이런 건 많기도 많았던 그때였다. 출판사에서는 어떻게든 노출시키려 각종 키워드를 넣어주었지만, 효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평점 5점 만점에서 4.0점으로 첫 달을 장식했다는 것이다.
난 지인이 많지 않다. 처음 평점 4.0은 지인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점수는 별점 하나만 받아도 뚝 떨어진다. 그런데 떨어지지 않았다. 무려 2명이나 별 점을 낮게 줬는데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사실은 나에게 힘이 되었다. 세 번째 평점 한 개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3. 9점으로 떨어졌다. 고작 신입 작가가 3.9점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그날 이후 내 책은 아무도 찾지 않는 글이 되었다. 간간이 나를 궁금해하는 누군가의 조회만 있을 뿐이었다.
출간 이후 3년, 나의 게약 기간이다. 나의 담당자로 배정된 PD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결국 레이블을 찾아 Help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제야 답이 왔다. 첫 메일을 보낸 지 4개월 만에 받은 답장이었다. 첫 해지 요청 메일을 보낸 건 담당 PD였다. 그는 나의 메일을 확인하지 않았고, 다시 4개월 뒤 Help에게 보낸 메일은 담당 부서로 옮겨져 4일 뒤 계약 해지를 진행한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그때까지는 숙원사업을 끝냈다는 기분이 강했다. 이제 내 글 내 맘대로 수정해서 출간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막상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것은 뭘까? 뭐라고 할 수 없는 우울감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이 항상 있던 곳에서 보이지 않늗다는 사실이 현실감이 없었다. 몇 번이나 조회하면서 다른 곳도 찾아보는 나를 보며 이럴 거면 뭐 하려 계약 해지를 요청했나 싶어 키보드에서 손을 떼었다. 어차피 나 말고 아무도 찾지 않는 책이었다. 실물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자책이었다. 엔터 한 번이면 쉬이 사라진다. 이 안타깝고, 먹먹한 아픔을 내년에도 겪어야 한다. 두 번째 웹소설 계약 해지를 해야 하니까.
웹소설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그때가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이유는 모르지만... 사실 모르겠다. [인연이라면 반드시]는 혼자 외딴곳에 버려진 듯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무도 찾지 않는 서점 구석에서 언제 폐기물이 될지 몰라 벌벌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오래된 책은 결국 서점에서 반출된다. 헌 책방을 전전하다 질 좋은 종이가 되어 잘려나가는 것이 책의 운명이다. 전자책은 그저 기록으로 남은 한 줄로 어딘가에 있을 뿐이다.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채 유령처럼 코딩 기호에 따라 한 줄을 차지하는 내 책을 구해주고 싶었다. 반면 [나쁜 연하]는 내가 쓴 글이지만, 내가 쓴 글이 아니다.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시점조차 바뀐 체 출간되었다. 내 글을 '픽'해주신 PD는 능력자였다. 나보다 훨씬 글을 잘 썼고, 독자가 좋아하는 것을 잘 캐치했다. 반변 나는 고집 불통 신입 작가였다.
시키는 대로 하면 잘 팔릴 줄을 알지만, 그렇게 하는 내가 싫었다. 나는 19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나의 시작은 여주인공이 먼저였다. 남주가 아니었다. 완고된 글을 투고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썼다. 1년의 집필은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들었다. 몇 번의 슬럼프와 글럼프는 지옥이었다. 겨우 출간했지만, 필자는 나도 잘 보지 않는다. 아무리 읽어도 내 글 같지가 않아서 작품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다. 그래서 계약 해지를 위해 알림을 설정했다. 나름의 적절한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가슴은 아프다.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