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1일 월요일 정겹음
만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놀게 된 집에서 처음 본 도원을 보았다. 자기 손으로는 밥은커녕 세수도 하지 않는 모습에 놀랍기만 했다.
“야, 너는 세수 혼자 못해?”
“왜? 내가 해야 해?”
“아기도 아닌데, 그 정도는 혼자 해야지.”
만수는 손바닥을 오목하게 만들고, 그 손에 물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얼굴을 쭉 빼고, 손바닥에 담긴 물로 얼굴 전체를 문질렀다.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 도원을 향해 잔뜩 힘을 주고 섰다. 이내 다 젖은 옷을 펄럭이며 욕실을 나가는 만수를 보던 도원은 다시 자기를 씻기려는 도우미의 손길을 외면했다. 어설프지만, 만수를 따라 손바닥에 물을 담았다. 그러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손바닥에 물은 윗옷에 주르륵 쏟아졌다. 몇 번이나 손바닥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을 보며 실망하는 도원 뒤로 만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처음에는 잘 안돼. 나도 그랬어.”
나간 줄 알았던 만수가 도원의 손을 잡았다.
“붙인 손바닥에 힘을 줘야 해. 그리고 손바닥은 요렇게 그릇처럼 만들어. 그리고 얼굴 가까이 그대로 가져와서 얼굴에 던지듯 빠르게, 자, 봐 봐.”
만수는 손바닥은 올리고, 얼굴은 살짝 기울여 손바닥과 비스듬하게 대었다. 만수의 얼굴은 금세 물로 흥건해졌다. 도원은 만수를 따라 몇 번 시도한 끝에 겨우 한 번 성공할 수 있었다.
“잘했어. 다음에는 더 잘할 거야.”
만수의 응원 때문인지 도원의 얼굴에 홍조가 생겼다. 항상 ‘잘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는데, 다음이라는 말이 도원의 마음에 바람을 만들었다.
“응. 다음에는 더 잘할 거야.”
만수는 자신과 만난 이후 처음으로 생기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도원이 좋았다.
“그래. 매일 혼자 해봐. 할 수 있어.”
“응.”
며칠 후 만수는 개구리알을 잡아 할머니 몰래 도원에게 왔다. 혼자 도원의 집에 온 건 처음이라 쭈뼛거리는 것에 반해 그런 만수를 마중 나온 도원은 한 걸음에 뛰어와 맑게 웃었다.
“이거 개구리알, 본 적 없지?”
“응. 처음 봐.”
“연못 많으니까 그중에 제일 작은 연못에 풀어서 키워봐. 이 알이 개구리가 될 거야.”
“정말?”
여름이면 개구리알을 잡아 집에서 가까운 논두렁에 두고 키우는 것이 하나의 놀이였다. 이번엔 밖으로 나가지 않는 도원을 위해 오전 내내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개구리알을 잡았다. 분명 할머니에게 말하면 경을 칠 거라 몰래 왔는데, 좋아하는 도원을 보고 만수는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게만 느껴졌다. 만수가 돌아가고 도원은 개구리알을 풀어놓을 연못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죄다 너무 컸다. 게다가 분명 개구리알을 보고 그대로 둘 어른들이 아니었다. 그때 얼마 전 금붕어가 죽어 안 쓰는 어항이 생각났다. 거기에 개구리알을 넣었다.
매일 개구리알을 쳐다보는 것이 도원의 일과가 되었다. 작은 풍선 안에 그보다 작은 검은 점 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3일이 지나고, 개구리알들이 하나씩 알을 까고 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집에 놀러 온 만수를 향해 도원이 소리쳤다.
“만수야, 만수야, 올챙이가 태어났어.”
도원은 책으로 보던 걸 실제로 봤다고 신났다. 만수는 별거 아닌 것에 신난 도원이 신기했다. 도원은 만수가 올 때면 자신이 기록한 일지라며 공책을 보여주었다. 만수가 개구리알을 가져온 날부터 그날 아침까지 시간별로 꼼꼼하게 적힌 기록을 보면서 만수는 일지만큼 바르고 고운 도원의 글씨가 더 눈에 띄었다. 만수의 글씨체는 지렁이가 와서 ‘난가?’하고 말할 정도라면 도원은 반듯하고 고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 글씨 잘 쓴다.”
“서울에서 서예 학원 다녔어. 거기서 연필 글씨 쓰는 법도 알려줘서 그래. 예전엔 나도 너처럼 그랬어. 거기선 잘해야 해. 안 그러면 아무도 안 봐줘.”
한껏 내려간 어깨를 보며 만수는 도원의 어깨를 ‘툭’ 쳤다.
“글쿠나. 그랬구나. 참, 이거 선물.”
“이거 나 줘도 돼?”
조몽쌤이 누구냐면 저의 도장캐릭이며, 자캐입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지만, 간혹 너무 잘 보일 때도 있죠!!
오늘의 시제는 [정겹음]입니다
정이 넘칠 정도로 매우 다정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뜻으로
정확한 표현은 '정겹다'가 맞습니다.
시제 체택을 위해 명사화한 것으로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