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2025년 09월 02일 화요일 호의

by 그래

도원이 만수의 옷자락을 잡은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설 수 밖에 없게 되자,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던 만수가 도원이 확실하게 들을 수 있게 외쳤다.

“응, 당연히 나도 줘야지.”

“당연히? 왜?”

“받았으니까.”

“할머니! 집 가자.”

도원은 만수가 내민 것을 차마 받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이미 할머니에게 들었던 탓이다. 만수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죄다 목공예를 하는 외삼촌이 직접 만들어 준 거라서 누구에게도 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괜히 조심스러워 한 걸음 물러나자, 만수가 다시 한걸음 앞으로 왔다.


“받아. 이건 네 거야. 내 거는 여기 있어.”


만수가 준 건 달리는 경주마와 경주마를 타고 달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선수였다. 표정까지 살아 있어서 단순 장난감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얼굴 봐.”

“얼굴?”


만수가 선수의 얼굴을 도원의 바로 눈앞에 내밀었다. 도원은 자신을 꼭 닮은 선수의 모습을 보 감탄했다.


“이거 나?”

“응, 이건 나고.”


만수가 가진 것을 보니 딱 만수였다. 도원은 그제야 만수가 준 것을 받았다.


“기억나지? 전에 너희 집 왔을 때, 내가 타고 온 차.”

“어? 응. 까만 SUV?”

“그게 그거야?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그 차, 그거 운전한 사람이 내 외삼촌. 네 얼굴 보고 기억하고 있었대. 어때? 좋아?”

“응."

"내 장난감은 내 얼굴이야. 그래서 다른 사람 못 주거든. 내가 너한테 선물 주고 싶다고 했더니 삼촌이 만들어줬어.”

“꼭 고맙다고 전해줘.”

“그래.”


만수와 도원은 온종일 삼촌이 만들어준 경주마를 가지고 놀았다. 집에 돌아가는 만수를 배웅할 때도 도원의 손에 경주마와 도원이 닮은 선수가 꼭 쥐어져 있었다.



며칠 후 할머니와 함께 다시 도원의 집을 찾았다. 도원은 부산스럽게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야, 나왔어. 뭐 해?”


한참 오리고, 붙이고 정신 없던 중에 만수의 목소리를 듣고 감짝 놀라 그만 손가락이 베이고 말았다.


“괜찮아?”


급한 마음에 만수가 자기 윗옷을 잡아 도원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할머니가 피가 날 때는 꽉 쥐어야 멈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불렀다. 놀란 두 할머니가 뛰어와 상황을 수습한 후에 도원은 엉성하게 포장된 상자를 만수에게 내밀었다.


“네가 선물 줬으니까, 나도 선물.”

“내가 선물?”

“응, 당연히 나도 줘야지.”

“당연히? 왜?”

“받았으니까.”

“할머니! 집 가자.”


방금까지 걱정하던 만수의 싸늘한 표정에 도원이 당황하는 사이 만수는 할머니의 손을 이끌고 나가고 있었다. 도원은 만수의 옷자락을 잡았다. 도원이 만수의 옷자락을 잡은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설 수 밖에 없게 되자,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던 만수가 도원이 확실하게 들을 수 있게 외쳤다.


"나 이제 여기 안 와."

02화 선물.jpg 직접 그렸습니다. 조몽쌤은 찾으셨나요?

조몽쌤이 누구냐면 저의 도장캐릭이며, 자캐입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지만, 간혹 너무 잘 보일 때도 있죠!!


오늘의 시제는 [호의]입니다.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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