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대신하는 선물

2025년 09월 03일 수요일 [온기]

by 그래

원래 일주일에 한 번은 만수가 집에 놀러 왔다. 처음에는 혼자 노는 것이 좋아 만수가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만수가 오지 않는 날이 지루하기만 했다. 전날 내일 올 거라고 연락하던 만수 할머니의 전화가 일주일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할머니, 오늘은 전화 왔어요?”

“아니. 안 왔어.”

“왜요?”

“글쎄다.”


도원은 할머니의 대답을 듣고도 떠나지 못했다. 주위를 돌며 “왜?”라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 듣고 싶었다. 할머니는 주위를 맴도는 도원을 나직한 목소리로 불러 자리에 앉았다.


“만수가 온 날, 준비한 선물 그날 말한 그대로니?”

“만수한테 준 선물 말하시나요? 서울에서는 선물 받으면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비싼 선물을 줘야 하는 거니까요. 전 돈으로도 못 사는 직접 만든 공예품을 받았으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주어야 하잖아요. 제가 준비한 것도 수제품이에요. 그런데 뭐가 문제였을까요?”

“도원아, 선물은 마음을 대신해서 주는 거야. 선물은 받았으니까 그만큼 가치가 있는 뭔가를 줘야 하는 그런 게 아니란다.”

“그런 게 어딨어요? 아버지가 그랬어요. 선물을 줄 때는 다 그만큼의 가치를 바라고 주는 거라고요. 학교에 친구들도 자기가 준 선물보다 못한 거 주면 이상한 소문을 낸다고요. 전 제가 줄 수 있는 최선을…….”


도원은 괜히 화가 났다. 최선을 다한 행동이 왜 잘못인지 몰라서 슬펐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가가 젖은 것을 보니 차마 더 화를 낼 수 없었다.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글쎄다. 잘못도 알아야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어. 넌 잘못했다고 생각하니?”

“모르겠어요.”

“그래, 몰라서 저지른 실수지. 잘못은 아닌 거야. 하지만 만수는 널 위한 마음을 네가 무시했다고 생각해. 그 마음을 몰라준 건 네 잘못이지. 그러니까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렴.”

“마음을 대신하는 선물?”


도원은 할머니 방을 나와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만수가 준 개구리알은 이미 개구리가 되어 떠났고, 어항은 텅 비어 있다. 대신 그 옆에 개구리알의 관찰지와 만수가 두고 간 나무 장난감이 있었다. 달리지도 않는 경주마 위에 도원은 신나 보였다. 장난감으로 가던 손이 실수로 관찰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무렇게나 펼쳐진 페이지에 무슨 글자인지 모를 글자가 보였다. 한참 보던 도원은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


‘도원아, 담에는 나랑 논두렁에서 보자.’


언제 썼는지 모를 만수의 편지를 끌어안고, 처음으로 마음이라는 것이 무언지 알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마음이라 도원은 자기 마음을 가득 채우는 따뜻한 그 무엇이 낯설고, 그리워졌다. 한참 우는 도원을 누가 안아주었다. 도원이 고개를 들었을 때 도원을 안아주는 사람은 바로 만수였다.


“왜 울어?”

“네가 보고 싶어서.”

“나도.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03화 마음을 대신하는 선물.jpg

조몽쌤이 누구냐면 저의 도장캐릭이며, 자캐입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지만, 간혹 너무 잘 보일 때도 있죠!!

오늘의 시제는 [온기]입니다.
따뜻한 기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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