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4일 [평온]
오늘은 도원이 만수의 집에 가는 날이었다. 밖에선 안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검은 차에서 내린 도원은 집 앞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그런 도원의 손을 잡고 만수는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작지?”
“어? 아니야. 책상도 있고, 옷장도 있고 다 있네. 그러면 되지 뭐.”
“치. 솔직하게 말해도 돼. 네 방 화장실만 하잖아.”
차마 아니라고는 말 못하고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만수는 긍정도 부정도 못하는 도원을 끌어 바닥에 앉혔다.
“친구끼리인데, 좀 솔직하게. 응?”
“응. 친구……끼리?!”
“그래. 친구. 잠깐만.”
만수는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건 다름 아닌 삼촌이 만들어줬다는 목공예 장난감이었다. 모양도 표정도 다양했다. 걔 중에는 악기도 더러 있었다.
“이건 피리, 이거 오카리나.”
“악기도 만드셔?”
“아니. 학교 준비물이었는데, 살 형편이 안되어서 삼촌이 어디 가서 만들어 왔어. 삼촌이 만든 건 아닌데, 그래도 삼촌이 준 거니까 보관하는 거지.”
만수의 장난감은 만수의 손 떼는 물론이고 예전에는 뭘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TV에 방송하던 캐릭터부터 공룡, 자동차 다양했다.
“앨범 보여줄까?”
“어? 응.”
만수는 방을 나가 후다닥 소리를 내더니 낑낑 대며 앨범을 들고 왔다. 방바닥에 펼치더니 사진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아주 어릴 적, 사진 속에 만수는 울기만 했다. 어느 사진에도 안 울고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울보였는지 웃고 있는 사진이 나온 건 앨범이 중간 정도 되었을 때다.
“너 울보였구나.”
“울보? 그치. 울보였지.”
앨범이 끝날 때까지 만수의 표정은 모두 같았다.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무표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웃는 다른 사람과 달리 어떠한 표정도 만수에게는 없었다. 두 번째 앨범을 넘길 때부터 만수의 손에는 삼촌이 만들어준 목공예가 들려 있었다. 앨범을 넘어가는 동안 만수의 표정은 무표정이 아닌 다양한 표정이 나왔다. 서서히 밝아지는 표정을 보면서 만수에게 목공예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역시 네 표정이 너보다 더 솔직해.”
만수가 혼자 킥킥대고 웃다가 물어볼 줄 알았다는 듯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궁금하지? 내 표정이 바뀐 이유?”
“응.”
“엄마가 나 5살 때, 할머니 집에 버렸어. 그 뒤로 본 적이 없어.”
“돌아가셨어?”
“아니. 살아있어. 나보다 3살 어린 여자아이 엄마래. 그래서 내 엄마는 이제 안 하기로 했다고 동네 사람들이 그러더라. 외삼촌이 날 보러 온 게 내가 여기 오고, 2년 반정도 지나서야.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씩 만들어줬어. 나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었어. 모두 내 얼굴이었거든. 그때 알았어. 내가 표정이 없다는 걸. 장난감 표정을 보면 내가 지금 어떤지 알겠더라고. 난 할머니하고 외삼촌하고 살 거야. 평생. 내 마음을 채워준 가족이야. 그리고."
"그리고?"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아 도원을 똑바로 쳐다봤다. 만수는 도원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길 바랐다.
"이젠 너도 포함.”
"나?"
"응. 너."
"......."
도원이 당황할 시간도 없이 만수는 도원을 이끌고 할머니와 외삼촌이 있는 거실로 옮겼다. 그래서 더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도원은 만수의 고백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싫었다.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조몽쌤이 누구냐면 저의 도장캐릭이며, 자캐입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지만, 간혹 너무 잘 보일 때도 있죠!!
오늘의 시제는 [평온]입니다.
조용하고 평온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