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간다는 건

디지털 드로잉 시화_10

by 그래
조몽쌤은 책방이니까 책 읽고 있어요.

책방을 간다는 건

시를 모아둔 매거진 한 페이지에 보면 사진과 글이 있다. 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림은 많이 바뀌었다. 그림에서 중요한 건 소실점이다. 어느 선에서 어떻게 어디로 보느냐 각도에 따라 그림을 틀어진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소실점이 하나 이상이었다. 물론 알고 그렇게 설정한 건 아니다. 소실점 하나는 1차원, 두 개는 2차원, 세 개는 3차원.... 물론 배웠다. 그러나 그려본 건 1차원과 2차원이 다다. 그 또한 알고 그렸기보다는 그냥 보이는 대로 그렸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소실점은 모른다.


보이는 대로 그려도 겨우 한 방향만 가능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좌, 우, 위, 아래... 고려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림 공부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 겨우 몇 개의 기술을 전수받았지만, 듣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주일 넘도록 방치되었다. 기존 그림의 세 배 이상이 되는 레이어과 실패의 연속이 이어지는 와중 결국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약속된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근래 몇 지인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글과 함께 말이다. 이 글이 맨 처음 쓴 글이기도 하지만, 함께 있는 방에서 다른 사람 글은 그림 그려주고, 정작 제일 처음 쓴 글은 나몰라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밑바탕을 그려준 그림에 그릴 수도 없고, 따라 그리기는 정말 싫었다. 선택은 처음부터 없는 거였다.


1차원적이고, 오류 투성인 그림을 받으시고 웃으셨다. "처음 그렸어요. 소실점을 몰라... 그림이 엉망이라 죄송해요."라는 말에 "처음이라고요?" 하시면서 귀하다 말해주셨다. 그렇다. 모든 창작물의 처음은 귀하다. 이미 몇 번의 작품을 내었지만, 소실점이라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생 초짜의 그림을 특별하다 말해주어 감사했다. 다시 수정할까 싶다가도 이상하게 다시 손을 대지 않는 유일한 그림이다. 기존 다른 그림은 수정하기도 하지만, 이상하다. 이건 이대로 두고 싶다.


이유는 모른다. 단지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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