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시화 17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 대략 180명 남짓이다. 대부분 글을 쓰는 분들이고, 일부는 서평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간혹 일상 공유도 하시기도 한다. 유독 비슷한 소재의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이날이 그랬다.
"번아웃" 번아웃이 왔다며 너무 힘들다는 글에는 모두 지쳐 있다. 번아웃은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잡으면 좀 더 나은 미래가 있다 같은 좋은 말은 사실 번아웃 당사자에게는 들리지 않는 메아리다. 내가 당장 힘든데, 기회가 무슨 소용일까? 그들에게는 삶이란 그저 어두운 터널에 불가하다.
그래서 그림을 최소화했다. 대신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고, 조몽쌤을 그들에게 살아야 하는 이유로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 기척은 크다. 한 줄기 빛은 생명줄처럼 귀하다. 까만 화면 속에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힘을 내라는 것이 아닌 같이 힘을 내자는 응원을 담았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벽을 짚고 있는 사진과 걷는 사진 두 개를 열어놓고 보고 그렸다. 학원의 선생님은 예시 사진은 그림이 아닌 실물 사진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원하는 예시 사진이 못 찾을 때만 빼고는 실물 사진을 두고, 원하는 포즈를 찾았다. 아직은 그림과 사진의 차이는 모르겠다. 조금 더 그려봐야겠다.
[어른이도 온기가 필요해]의 저자 치키 작가는 삶은 살다와 사람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어학사전에 삶은 살다는 뜻과 살아있는 목숨 또는 생명을 말한다. 그렇다는 것은 삶은 사람이 살아가는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이란 심장이 뛰는 것을 말하고, 그렇다면 심장이 움직이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는 호흡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마시고, 숨 쉰다는 표현은 삶의 의미를 넓게 생각하면서 얻은 결과물인 셈이다.
살다는 표현을 대부분 나아간다라고 표현한다. 나아간다는 건 걷는다는 의미도 있다. 나는 이렇게 삶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나올 법한 연관 검색어의 종합으로 삶을 표현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 같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것이 그들에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 또한 답은 어렵지 않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거나 누군가 계속해서 초인종을 누르며 문 열기를 재촉한 손님도 될 수 있다. 혹은 마침 울린 스팸 전화 혹은 잘못 걸려온 전화도 된다. 그 순간 꼭 해야만 한 것들. 그것이 무엇이든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아닌 것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것만 하고" 이 말 한마디는 별거 아니지만, 효과는 크다. 혼자 있으면 무거운 침묵 속에 금방 지치지만, 누군가 더해지는 목소리는 방안을 가득 채운 연기의 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지금 힘들다면 이유를 만들어라. 지금 아니면 하지 못한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단순한 그 무언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