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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니에 Dec 12. 2023

블로그는 인생 축소판이다.

이 유


어제 친한 대학 친구가 모친상을 당해 잠시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친구의 부인은, 오래전 어느 날 차남인 남편으로부터 어머니를 모셔야겠다는 말을 들은 것이,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의미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어머니를 모셨는데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변곡점은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말합니다. 

아는 분의 블로그 홈 방문으로 시작된 저의 블로그 생활이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 생활이 제게는 변곡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퇴직 후 10개월 동안 하루를 정리하다 무엇인가 아쉬운 마음이 들면 책으로 아쉬움을 채우곤 했습니다.

올 초에는 중국 무협 드라마 수십 편을 멍 때리며 본 적도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열고 손흥민 관련 뉴스를 주로 시청합니다.

네이버에서도 해외축구나 해외야구를 위주로 검색합니다.

경제나 정치는 눈요기만 합니다. 늘 똑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필요한 자격증이 있으면 취득할 수 있지만 아직 원하는 일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끔 걷기와 등산을 하지만 최근에는 주춤했습니다. 


어제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블로그 생활에 대한 장단점이 비교되었습니다. 

의외로 장점이 많았습니다. 



블로그의 장점


수익형 블로그라는 등 일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컴퓨터 검색과 관리기능이 향상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로그 환경설정에서 홈페이지를 변경하는 일이나, 이웃 그룹을 생성하거나 관리하는 일, 레이아웃을 변경하는 일 등의 기능은 다른 홈페이지에서도 모두 비슷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행위들 자체가 자신의 IT 능력을 향상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릴 것 없는 귀한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한 달간 블로그에만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시간 투자에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시간과 정성을 블로그에 빼앗겼지만, 그것은 쓸데없이 시청한 유튜브 시간과 스포츠 뉴스 검색 시간을 대체한 것이기에 아쉬운 시간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나만의 글을 쓰고자 했지만, 정해진 규칙과 시간이 없어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한 편 이상 공개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긍정적 압박감이, 내 정서와 지성을 온전히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이것이 결코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글을 쓰고자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였던 글쓰기가 억지로 진행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아닌 변곡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긴장감이 있는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입니다.


셋째, 이웃님들의 글을 한두 시간 읽는 것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인터넷과 유튜브를 클릭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여기저기 인터넷을 클릭하지만 나중에는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실 거짓된 정보들이 여기저기 많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는 각 개인의 현재 역량이나 수준에 맞게 진실한 글이 올라오기에, 논문이나 기타 높은 지식을 원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세상 사는 이야기로는 괜찮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넷째, 이곳은 인격을 훈련하는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독서했어도 그것을 실천할 환경이 없거나, 실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이곳에서 이웃의 글을 읽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와 반응은 바로 인간관계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그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블로그의 생활을 잘하시는 분들이 사회에서도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


제 아내 보고 한 달간 정신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갔던 10개월보다는, 정신없이 보낸 한 달간의 블로그 활동이 뿌듯했고 글이라는 결정체라도 남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중에 어떤 분들은 블로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블로그에 투입되는 시간에 대한 제 기준은 간단합니다.

블로그에 투입된 시간이 정말 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시간 중 일부였다면, 그것을 조정하여 시간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귀한 시간이 아니라면 블로그에 투입된 시간은 결코 낭비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멍 때리는 생각을 블로그에 집중하게 하니 그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블로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요령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하루하루 시행하다 보면 답이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블로그에 시간을 너무 빼앗기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정 아니다 싶으면, 그때 블로그를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두어도 블로그로 인한 지나간 시간들은 큰 의미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생각들과 지식들이 모두 집중된 노력의 시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거짓이 없는 시간들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상상과 거짓으로 글을 작성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지금까지 제 생각이었고 여러분들은 또 여러분들의 생각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전에, 글은 에너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더불어 글은 인격의 표현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짓된 글을 쓰자면 마음과 양심이 가만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글을 쓸 큰 주제가 없다면 일상의 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감기가 들어 글을 쓰지 못했다며, 안부의 글을 간단히 올린 이웃의 글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한 글도 다 마음으로 전해집니다. 에너지가 들어간 진심의 글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바라보거나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블로그는 인생의 축소판 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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