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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Mar 01. 2020

미국에서 배우자가 즐길 거리들

미국 정착기 - 1

갑자기 미국 정착기로 넘어왔다. 어느덧 여기에 온 지 6개월이 흘렀고, 결혼 3년차에 아내와 함께 왔다. 아이는 없는 상태이다. 미국에 나오기 전부터 주된 고민 중 하나는 한국에서 모든 커리어를 접고 나를 따라준 아내의 삶을 어떻게 즐겁게 해줄 것인가였다. 


미국은 매우 넓은 나라고,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학교가 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 사례가 모든 미국행 포닥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필자와 비슷한 상황으로 포닥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정보를 어떻게 미리 알아봐야 할 지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오기 전에 해당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여럿에게 메일을 보내 배우자들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문의하였으나, 이런 정보들은 잘 공유가 되지 않았다. '배우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기 와서 잘 찾아보니 의외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고, 그런 정보들이 잘 공유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오고 나서도 직접 발품 뛰며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일단 필자의 아내의 라이프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1. 운동을 매우 좋아함 (한국에서도 주 3회 이상 수영/헬스)

2. 영어공부를 좋아함


필자가 사는 곳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규모가 큰 주립대이고, 타운시티에 자리하고 있다.

2. 근처에 한인이 많이 살고, 30분 거리에 대도시가 있다.


이하 나열한 것들은 필자의 아내가 직접 이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배우자들 뿐만 아니라 본인도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인데, 필자는 연구때문에 도저히 그럴 시간이 없어 짐 센터만 이용하고 있다 --;


1. 생활

    

(1) 학교 무료셔틀

필자의 학교의 경우 주립대이다 보니 학교 셔틀버스가 꽤 넓은 지역까지 다니고, 소속 주의 공식적인 대중교통 수단에 속한다. 도심에 위치한 학교로 가지 않는 이상 어차피 차를 구매하게 되겠지만, 셔틀버스는 배우자의 생활에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배우자가 이용할 수 있는 조건도 알아보자. 필자의 아내는 무료로 셔틀을 이용할 수 있어서 아침에 필자와 학교를 같이 갔다가 오후 일찍 셔틀로 집에 돌아가거나, 느지막히 셔틀로 학교에 와서 필자와 함께 하교하곤 한다.


(2) 학교 짐 센터

이건 모든 학교에 해당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학생 수가 많은 주립대나 일부 규모가 큰 사립대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짐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필자의 학교의 경우 짐 센터 포닥/가족용 멤버쉽은 1년 약 50만원의 가격에 수영 (올림픽수영장의 2배 정도 되며, 사람이 많지 않아 1인 1 레인을 이용할 수 있다), 웨이트, 조깅트랙, 스쿼시, 농구, 암벽등반 등 왠만한 시설을 모두 이용가능하다.거기에 추가로 GX에 상시 참여가능해 필라테스, 요가, 바디펌프 등 한국에서는 그 가격에 불가능한 퀄리티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배우자가 운동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학교 짐 센터를 먼저 알아보길 추천한다.


3. 영어공부

(1) 학교 유학생 관련부서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어 클래스

미국 대학들은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이 중 기혼자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International spouse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필자의 학교의 경우 ISSS (International Student & Scholar Services)에 전담 직원이 있어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데, 이 중 인기가 있는 것이 English Conversation Course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교직원/학생, 그들의 배우자는 무료로 참여 가능하고 일반인은 소정의 현금을 내고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인데, 주 1회 정도 영어대화를 하는 소그룹을 매칭해준다. 각 소그룹은 학내에서 자원한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진행하기 때문에 small talk을 연습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다른 spouse와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된다.


(2) 한국어 언어교환 동아리

놀랍게도, 필자의 학교에는 한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가 있었다. 아마도 한류로 인한 것 같은데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거리에서 한국어로 말 거는 흑인, 백인들이 꽤 있다.. '안녕하세요'는 대부분 안다), 여기에 가입하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네이티브 스피커와 매칭을 해준다. 와이프는 여기에서 말레이시아계 학생과 매주 만나 1:1 토킹을 하고 있다. 


(3) 주변 커뮤니티 칼리지의 Transitional ESL 코스

학교마다 보통 언어교육원이 있지만, 여기에서 제공하는 ESL 코스들은 대부분 비싸고, 학생비자가 발급되는 정도의 heavy한 코스가 많다. 하지만 학교 주변에 County 단위로 존재하는 커뮤니티 칼리지들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영어(+ 여러 직업교육)강의들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영어강의의 경우 등급이 있어서 동네 교회나 학교 등을 빌려서 하는 무료 강의도 있고, 한 학기에 수업당 $80 정도의 수업료를 내고 듣는 저렴한 Transitional ESL  코스들이 있다. 한 학기별 (약 3개월)로 주 4시간 가량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의 어학원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가성비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무료강의는 당연히 퀄리티가 떨어질 것 같아, 아내에게 Transitional ESL 코스를 수강하게 했다. 놀랍게도 이런 영어강의에 출강하는 강사들은 다수가 Ph.D.들이었고, 퀄리티가 매우 높다고 했다. 


4. 문화생활

(1) 학내 문화센터 클래스

필자의 학교에서는 일종의 문화센터 클래스를 제공한다. 학생/교직원/일반인 별로 차등해서 수강료를 받으며, 기타레슨, 도자기, 드로잉, 페인팅, 댄스 등 힐링용 클래스들을 제공한다. 필자의 아내가 현재 수강중인 도자기 클래스의 경우 일반인 $360의 가격에 12회 2시간 수업으로 한국의 도자기 공방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하지만, 모든 재료를 제공하고 물레실을 일주일 내내 무료로 개방해주어 상시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사귈 수 있게 해 주는 것

상기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은 분명 배우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가 본인 외에 다른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연구실 사람들, 다른 한국 학생들의 동성 배우자들, 영어 프로그램에서 사귄 외국인 친구들 등, 필자의 아내는 어느덧 친구가 많아졌다. 만일 미국행과 동시에 신혼을 시작하는 부부의 경우라면 이 점이 더욱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상황(다른 박사과정 학생/포닥의 배우자)에 놓인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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