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3살 겨울의 근황 - 2월 15일

혼자 있고 싶은, 또 그런데 사교적인?

나름 I의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우연히 IT 업계에 와서 끊임없이 고객들에게 연락하고, 만나서 얘기하는 영업 일을 벌써 9년째 하다 보니, 특히 최근 들어 아주 확실히 느껴지는 나의 변화 아닌 변화가 있다. 업무던 친목이던 사람들을 만나서 말을 하다 보면, 내가 어느 이상 말을 했을 때 심박수가 빨라지고 힘들어지다가 어느 지경에 다다르면 급격하게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대문을 닫으면 엄청난 안도감이 든다.

물론 내가 말을 이렇게 해도 전혀 힘들지 않은 특정 그룹이 있다.

거의 매일같이 회사에서 만나는 동료들. 거의 대부분이지만 특히 그 중에서 친하고, 서로 눈빛만 봐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동료들은 나의 미세한 변화를 나보다도 빨리 눈치채고 오히려 내 입을 다물게 하고 자기들이 먼저 떠들어 나를 쉬게 해준다.

그리고는 1년에 한번 겨우 만나더라도, 그냥 나를 아는 내 동갑 몇몇 여자사람 친구들. 1년만에 만나도, 2년만에 만나도 내가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다. 현재 이 그룹에 동갑(00학번 or 81년생) 외에는 없다.

그 외에는 아무리 나를 편하게 해주고 좋은 사람들이더라도 (우리는 항상 '오랜만에' 만나기 때문에) 나의 그동안의 근황을 '또' 얘기하고, 최근의 고민이나 좋은 일들을 '또' 얘기하는 것이 요즘 점점 힘들어지고, 그게 1:1의 만남일 때는 더 그렇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만나자는 연락을 받으면 거절하는 것이 미안해서 열심히 시간을 내서 약속을 잡고 만났지만, 이제 점점 '그냥 혼자 있는 하루'가 하루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만 드는 것이다.

최근에 몇몇 사람들의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는 반가운 연락을 받고도, 가능한 날짜를 답하지 않고 좀 더 다음에 보자는 답을 한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을 수 있고, 나도 속으로는 '내가 뭐라고 나를 고맙게도 만나자고 연락 주는 사람들을 피하나'는 겸연쩍은 마음은 있지만, 솔직히 위에 적은 두번째 그룹의 사람(당연히 매우 극소수)이 아닌 것을 어찌하나.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또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또 내가 혼자 있고 싶은 마음보다 외로움이 더 커지는 그런 타이밍이 오면 내가 만나자고 매달리면 또 만나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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