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지고 있는
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외출할 때 마스크를 챙기는 게 하나의 습관이 되었고 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학생들과 만나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지라 마스크 착용에 심혈을 기울였고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잘 착용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래서 서로의 맨 얼굴을 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이제는 조금 완화가 되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가 있다. 오랜만에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반가우면서도 놀랐다. 아직 중학교 교복만 입었지 초등학생 티가 나던 녀석은 안 본 사이에 코 밑에 검게 수염이 자랐다. 마스크 속 시간은 언제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까? 비닐하우스처럼 하얗고 둥근 공간에는 비밀의 화원이 있는 게 아닐까. 검은 새싹들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그 공간이 너무나 새롭고 신기했다.
생각해보면 마스크 속 시공간은 정말 다르게 느껴진다. 소개팅에서 자기 자랑만 해대는 상대를 만났다. 마스크 덕분에 눈은 웃고 있었지만 하품을 참느라 검정콩만 해진 콧구멍을 숨길 수 있었다. 칠판 앞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는 순간에도, 학생들을 따끔하게 혼냈던 순간에도 내 코에는 콧물이 흘렀다.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맹구처럼 말이다. 겉으로는 의기양양 잘난 척을 해대는 철수처럼 행동했지만 마스크 속에는 맹구가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그래서 마음껏 나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마스크를 쓰기 전에는 해본 적 없는 표정인데 요새는 집중을 하면 개코원숭이가 된다. 인중을 길게 늘이고 입술을 꾹 다문채 힘을 준다. 라디오스타에 나오는 개그맨 유세윤 씨의 개인기처럼 말이다. 나도 왜 이런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지만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마스크를 안 쓸 때 무의식적으로 이런 표정을 짓는다면 너무 멋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은 종종 딴생각을 하며 걷는데 그러다 웃긴 생각이 나면 저항 없이 웃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마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길가다 빵 터지는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어떤 사람을 새로 만날 때 그 사람의 마스크 속 비밀의 화원을 상상하는 것도 재밌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이 슬로모션처럼 느껴지고 알 수 없는 긴장과 묘한 스릴이 넘실대는 그 찰나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야릇하게 느껴지는 이 재미라도 마음껏 즐겨야겠다.
이 재미난 기억들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코로나가 얼른 끝이 나면 좋겠다. 모두 건강하고 또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