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글

글이 주는 네모남

by 글은늘

‘글’이라는 글자가 주는 네모남이 참 귀엽다.

글자도 네모나고 네모난 종이에 연필로 사각사각 쓰는 글은 소리마저 네모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둥글게 살아온 나에게 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둥글둥글한 성격만큼 나는 얼굴도 둥글고 몸에 각 이란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승무원이 꿈이었던 나에겐 다이어트가 필요했고 다이어트를 위해 처방받은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겪었다. 우울하면 먹었고 먹으면서 우울했다. 둥근 내가 싫었다. 꽤 오랫동안 한없이 날아가는 풍선처럼 마음의 허기를 달래지 못하고 정처 없이 살았다. 아주 조그마한 가시에도 터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시기를 보내는 동안 나를 세운 건 글이었다.


나를 그만 미워하고 싶어서, 이렇게 흘려보내는 허무한 시간을 꽉 잡고 싶어서 글을 썼다. 초등학생 때 나의 일기장에는 ‘오늘의 칭찬’과 ‘오늘의 반성’이라는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든 칸을 채우기 위해 사소한 일도 찾아내어 칭찬했고 반성은 칭찬보다는 쓸 게 많아서 신나게 적은 기억이 있다. 이미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지쳤던 나에게 오늘의 반성은 잠시 접어두고 코딱지만큼 사소한 일도 찾아내서 칭찬했다. 내 글을 읽으면서 빨간 글씨로 코멘트를 남겨주시는 선생님은 없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일기를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에 허기 대신 온기로 가득해졌고 다시 둥근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포근한 이불을 덮은 것처럼 글은 나를 보듬어줬다. 그동안 내 안의 우울로 몸과 마음이 예민해지면서 작은 자극에도 뿔을 세웠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지금도 미안하다. 이제는 글을 쓰면서 나의 잘못을 돌아보고 내가 가진 모난 부분을 사포질하듯 다듬고 있다. 여전히 둥글지만 마음이 제법 단단해져서 함부로 굴러가지 않는 안정감이 생겼다. 반질반질 둥그런 나의 고유함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글이 나는 고맙다.


네모의 꿈을 흥얼거리며 네모난 컴퓨터에 네모 조각들을 두드리며 글을 쓴다. 네모들 덕분에 나는 온전히 둥글어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