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butter and better

버터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by 글은늘




버터를 사랑하게 된 건 버터색 셔츠가 발단이다. 원래 튀는 색을 고집했다. 특별하고 잘난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했고 인정받는 것에 일희일비했다. 남들의 평가를 신경 쓰고 이상을 좇다 보니 우울증에 걸렸다. 그 뒤로는 줄 곧 검은 옷만 샀다. 시간이 흘러 마음이 괜찮아지고 나서는 입을 옷이 없었다. 이제 튀는 옷은 옷만 둥둥 뜨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무채색은 벗어나고 싶어 샀던 버터색셔츠가 그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다. 입을 때마다 자신감이 생기고 얼굴이 밝아 보인다. 그리고 보는 사람도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가장 아끼는 옷이 되었다. 한동안 모든 SNS의 프로필 사진을 이 옷을 입고 찍은 사진으로 도배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밝으면서도 녹진한 이 색이 나를 잘 표현해준다고. 서른이 되니깐 순수한 건 좋아도 순진한 건 싫어졌다. 순수하면서 뭘 좀 아는 이 색깔이 참 매력 있다.


내 삶도 이렇게 버터를 닮기를 바란다. 겉바속촉 한 쿠키와는 반대로 외유내강을 꿈꾼다. 따듯한 상온에서는 자신을 말랑하게 녹일 줄 알고 추운 냉동고 속에서는 무엇보다 단단해진다. 얼린 버터는 칼로도 자를 수 없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살고 싶다. 예민과 불안으로 점철된 짠기를 쏙 뺀 무염버터처럼 힘 빼고 가볍게 살고 싶다.



계속 버터에 대해 말하다 보니 매력이 하나 더 떠오른다. 혀에 빠다를 바른 것처럼 ‘버터’를 발음해보라. 어쩐지 섹시한 느낌이 든다. 어감처럼 맛도 기가 막힌다. 버터가 들어간 음식 중에 안 맛있는 게 없다. 소금빵, 크로와상, 쿠키, 앙버터, 전복버터구이, 버터소스를 잔뜩 끼얹은 스테이크…. 먹고 싶다. 물론 버터 자체가 요리가 될 수는 없지만 요리의 풍미를 살리고 맛을 더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버터가 되는 것일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한다. 어른이 되는 건 어렵고 서럽다. 버터를 생각하며 조금만 서러워하자.


이제는 글을 쓰며 내 삶의 맛을 더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