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취준생

5년 전에 난

by 글은늘

‘아쉽지만 이번 면접에서 불합격하셨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불합격이라는 세 글자가 가슴속에 파고들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느낀 건 내가 점점 몽당연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불합격에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자신감은 점점 깎여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처음부터 몽당연필은 아니었다. 꿈 많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꿈은 항공 승무원이었다. 승무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관련 학과에 진학하였고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설레었다. 힘들기도 하였지만 꿈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였다.


하지만 졸업 후에 나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계속된 실패로 인하여 함께 출발선에 있었던 친구들에 비해 뒤처져갔고 그런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이번 면접에서는 왜 떨어진 걸까?' 떨어진 이유를 찾다 보니 모든 것이 원인이 되었고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였던 과거까지 보잘 거 없이 만들었다. 키가 작은 편이라 면접에서 튀지 못하는 내가 싫었고 장점보다 단점에 집착하는 내가 미웠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더 미워질 것 같아 무작정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취업 준비로 인해 한동안 만나지 못했었지만 친구는 그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해해주었다. 잘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담담한 척 대답하려다 내가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눈물이 나왔다. 친구의 위로를 받으니 참았던 속상함이 터져 나와 펑펑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였다. 눈이 팅팅 부을 정도로 울었던 것이 민망하여 웃음이 나왔다. 친구도 오늘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터라 하소연할 친구가 필요하였고 우리는 울고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마워, 힘내, 응원할게 등 따뜻한 말로 서로에게 힘을 주며 통화를 마쳤다.


슬픔을 나누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행복을 채울 수 있었다. 행복해지니 그제야 다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아무도 찾지 않는 몽당연필로 살아가느라 행복이 참 멀게만 느껴졌었다. 주변의 시선과 취업의 압박에 눌려 연필심은 쉽게 부러졌었고, 후회와 자책은 칼날이 되어 나를 깎아내리고 아프게 하였다. 그때마다 더 작아진 내가 있었다. 연필심은 부러졌고 키는 더 작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꿈을 써 내려가기에는 충분하다. 뭉뚝해진 심은 언제든지 깎아버리고 꿈을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종이 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쓰고 싶은 꿈이 있기에 때때로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오늘처럼 행복이라는 지우개로 지워갈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기에 이렇게 마음 가는 대로 쓰고 지우고 다시 쓰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거라 믿는다. 연필은 쓰일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분을 다하느라 짧아진 몽당연필은 빛이 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작고 초라한 몽당연필이 아니다.


꿈을 위해 나만의 멋진 이야기를 쓰는 행복한 몽당연필 취준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