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 갑자기 덥고 난리야.”
“아, 왜 어제는 덥더니 춥고 난리야.”
요즘 나 참 후지다. 정말.
하루종일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오늘보다 내일 더 후질 것만 같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요즘 짜증이 많아지고 머리 위엔 먹구름이 떠다닌다. 내가 만약 레고블록의 피규어라면 짜증 난 표정의 얼굴을 똑 떼어내고 웃는 표정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로 밝음이 사라졌다.
봄날씨만 변덕을 부리는 게 아니다. 봄날씨보다 더 심하게 변덕스러운 건 바로 내 마음이다. 일기예보를 보지 않으면 오늘의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기분을 예측하기 위해서 날 좀 들여다봐야겠다. ‘내가 왜 이러지?’ 싶으면 생리 전이거나 이유가 있다. 달력을 보니 그날이 가까워지고 있어 짜증이 팍 솟구치면서도 안심했다. 일단 이유 하나는 알았지만 모든 탓을 호르몬의 변화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덮어두고 묵인했던 무언가가 건드려졌다. 평소보다 예민해진 터라 날 괴롭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끄트머리가 보인다. 찾아내지 않으면 더 못난 나를 마주하게 될까 봐 핸드폰을 들었다.
불평불만을 그만하고 싶어 유튜브에 ‘불만족 원인’을 쳐봤다.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었군~’ 하며 첫 번째로 뜬 의사 선생님의 영상을 두 번이나 집중해서 보았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기대가 높고 욕심이 많아서였다.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목표를 세우면 미리 김칫국을 마신다. 그것도 냉면그릇째로 벌컥벌컥. 그래서 요즘 실망하는 일이 좀 있었다. 이상은 큰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자신감을 잃고 말았다.
나름 날 위한답시고 조막만 해진 자신감을 회복하고자 여러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운동하기.
두 번째는 영어공부하기.
세 번째는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기.
호기롭게 목표를 정할 때만 해도 건강한 몸을 가진 내가 멋진 옷을 입고 끝내주게 강의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지만 운동을 하면 지쳐서 영어공부를 안 하고 영어공부를 하면 오늘 할 일은 다 끝낸 것 같아 운동이 가기 싫다. 겨울옷을 정리하면서 안 입는 옷이 많다는 걸 발견했고 갑자기 돈이 너무 아까웠다. 앞으로는 손이 잘 가면서 다른 옷들과도 휘뚜루마뚜루 돌려 입을 수 있는 현명하고 센스 있는 소비를 하고 싶었다. 그러니깐 필요한 아이템들이 막막 보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 옷장 속 옷들이 쓰레기로 보였다. 옷장을 통째로 불태우고 싶었다. 사고 싶은 게 많지만 다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바구니에 넣어둔 채 살까 말까 고민하는 현실이 당연히 마음에 안들 수밖에.
뭐 하나 확실하게 되는 게 없는 상황에서 세 가지를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 애썼다. 유튜브나 유퀴즈에 나오는 내 또래들처럼 나도 ‘갓생 살기’ 영상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들처럼 되는 게 쉽지 않으니 방송을 탔겠지만 그래도 “나도 못할 게 뭐 있겠어!” 하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다. 그럴 깜냥이 안 됐는지 금방 지치고 말았다. 그들만큼 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보니깐 세상도 내 편이 아닌 거 같았다. 모든 게 불만족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동안 왜 그렇게 투덜투덜 대며 입이 댓 발 나왔는지 알겠다.
혼자 토라지고 말면 다행이지만 학생들의 장난에도 억지웃음을 보이고 무미건조하게 일을 했다. 친구들 앞에서도 세상 힘든 척하며 하소연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참 별로라 느꼈다. 투덜이 스머프는 나면서 나랑 비슷한 투덜이들을 만나면 정말 싫어했다.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반영되니깐 남을 쉽게 미워했다. 다른 이를 향한 미움의 화살은 결국 나에게로 와서 꽂힌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이제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내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낼 때다. 아등바등 애쓰며 화살이 박힌 채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날씨는 내 맘대로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가진 상황이나 마음가짐은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일단 한 번에 하나씩 시작하자.
운동을 가는 날은 공부를 쉬자.
공부를 하는 날에는 운동을 쉬자.
둘 다 하고 싶으면 해도 좋고 둘 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나를 위해 하는 거지. 누가 억지로 시킨 거 아니니깐.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너무 많이 미루거나 나태해지진 않을 것이다. 주말에 하루쯤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쇼핑을 가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보내야지. 주말에 설레는 일을 만들면 한 주가 금방 지나간다. 버틸 수 있다.
그동안 지나친 기대와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결과를 빨리 이루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현재에 대한 만족과 즐거움 없이는 어떤 일도 오래 하기 힘들다. ‘만족’과 ‘즐거움’ 이란 단어는 글자만 봐도 배가 든든해지고 기분이 확 밝아진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녀석을 쫓아내니 드리웠던 먹구름은 사라지고 얼굴에 반짝 해가 뜬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느리더라도 멈추지만 말자. 한 달에 한 번씩 투덜이 스머프가 되더라도 기억해야지.
“흐르는 땀에 자신감을 얻고 몸과 맘이 단단해짐을 느끼자.
어제보다 하나라도 더 아는 것이 있다면 뿌듯함을 갖자.
스타일은 후져도 사람은 후지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