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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이쌤 Jul 13. 2020

꽃을 그리고, 꽃을 담는 이유

나도 꽃.

내가 언제 꽃을 받아 보았던가?

까마득하다.     

스승의 날 받은 카네이션이 가장 최근에 받은 꽃인 것 같다.


요즘은 자꾸 나도 시들어가는 것 같다.

축축 처지는 삶, 화사했던 나의 시절은 지나고 점점 죽어가는 듯한 요즘이다.


꽃 힐링.


인터넷을 하는데, 꽃 광고가 보인다.

얼마의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꽃을 배달해준단다.

오, 꽃을 집으로 배달해 준다고?

솔깃해서 광고를 더 자세히 봤다.

그런데 꽃의 양보다 금액이 생각보다 비싸게 느껴졌다.     


'역시 꽃보단 돈이야. 그냥 길가다 예쁜 꽃 있으면 한 송이 사보자.'     


나만 이렇게 생각했을까?

밖에 나가서 꽃을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꽃집을 가야 했고 애써 시간을 내야 했다.

그런데 꽃집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만 꽃을 사러 가야겠다는 행동이 실천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꽃을 바라만 볼뿐 사지는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에서 '꽃 힐링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꽃을 직접 받아보고 함께 감상하는 꽃 힐링 프로젝트.

꽃을 내가 따로 사러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번에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택배가 왔다.


지금껏 구매했던 제품 중에서 언박싱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은 처음이었다.     

조심조심 혹시라도 꽃잎이 택배박스를 열 때 상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양파껍질 벗기듯,

한 겹 한 겹 포장을 뜯어보았다.     

택배박스 안에 꽃다발이 들어있었다.     


꽃향기가 이렇게 좋았던가?

내가 있는 곳 가득 그 향기가 퍼져나간다.     

제대로 된 꽃병 하나 없어

물통 하나 집어 들고 꽃을 넣었다. 통이 무슨 상관이냐.. 빨리 이 아이들에게 시원한 물을 주고 싶었다.



     

매일 어떻게 변했을까?

꽃이 더 활짝 폈을까?

잘 잤니?

그렇게 꽃에게 말을 걸며

기분 좋은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빛깔 참 곱다.

아름답다.

향기롭다.

우아하구나.     

꽃을 보며 느낀다.     




'꽃다발보다는 돈으로 주지.'라고 말했던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돈을 주고 나를 위한 꽃을 샀다.

돈이 아깝냐고?

아니,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꽃이 좋다던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 꽃을 찾는 것 일까?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삶이 고단할수록 우리는 우아한 꽃 그림에 더 깊이 감동하게 된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일 수 도 있겠다. 그만큼 삶의 고단함이 어렸을 때보다는 많을 테니까.


만일 인생이 고단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아름다움은 현재와 같은 호소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많은 예술이 단지 예쁘기만 하지 않다. 어떤 예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을 철저히 이상화해 보여준다.


그래서 내가, 이상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내가 갖지 못한 희망을 생각하며 꽃을 찾고 있나 보다.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대한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었던 삶에서, 현실 속 나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자영업이라는 생계를 위한 일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장도 아니고, 노후를 보장하는 연금도 갖추기 힘든 상황에서 나의 미래를 위해 안정성과 보장을 위한 끝을 알 수 없는 도전 속에서 꽃처럼 우아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간직하고 싶다.     

우아한 그대로의 꽃을.    

보고만 있어도 향기가 퍼져나가는 너를.     

마치 평생 그렇게 머무를 것 같기에 오늘도 너를 그리며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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