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르튀프> 1926년
타르튀프(Tartuffe)는 몰리에르가 지은 희극으로, 현재까지도 가장 유명한 프랑스 연극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 작품은 1664년 베르사유에서 열린 축제에서 초연되었으며, 즉각적으로 루이 14세 궁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성직자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다. 왕이 그 연극에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성직자들의 비판에 못이겨 압력을 취하게 되었다. 성직자들은 매우 종교적이라 주장하는 이들을 일컬으나, 작가는 이 연극에서 이와 같은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위선적이라 지적하였다. 그들은 이 연극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작가에게 공격을 가했다.
[타르튀프 혹은 위선자]
물론 희극이 타락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매일매일 타락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들이 죄로 더럽힐 수 없을 만큼 순수한 것도 없고, 그 의도를 뒤집을 수 없을 만큼 이로운 예술도 없으며, 그 자체로 너무도 선해서 악용이 불가한 것도 없다. 의술은 유익한 기술이고 모두가 그것을 인간이 지닌 가장 뛰어난 것 중의 하나로 존중한다. 하지만 그것이 추악했던 적도 있고 종종 인간들을 독살하는 기술로 여겨지기도 했다. 철학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철학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관조함으로써 우리의 정신이 신을 인식할 수 있도록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종종 그 본래 쓰임새가 왜곡되어 공공연히 무신앙을 옹호하는 데 이용되어 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신성한 것들도 인간의 타락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신앙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악한 자들을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구분은 해야 한다. 사람들이 타락시키는 사물의 좋은 면을 그것을 타락시키는 자들의 악의와 더불어 잘못된 결과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예술의 의도와 그것의 잘못된 사용은 항상 구분되어야 한다. 의술이 로마에서 추방되었다고 해서 의술을 금지시킬 생각을 하거나, 철학이 아테네에서 공공연히 비난받았다고 해서 철학을 금지시킬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희극이 어떤 시기에 규제받았다는 이유로 그것을 금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규제당할 당시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존속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 눈에 띄던 것들에 가해졌던 규제를 그 자체의 경계 밖으로 끌어내 필요 이상으로 확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무고한 것을 잘못된 것과 함께 규제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당시 규제를 통해 비난하려 했던 희극은 우리가 옹호하려는 희극이 아니다. (P15-16)
도린 제일 웃기게 하고 다니는 자들이 험담에는 항상 앞장선다니까요. 남녀 사이에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눈치가 보이면 여지없이 잽싸게 그 기미를 포착해서 사람들이 믿었으면 싶은 대로 얘기를 꾸며 가지고는 신나게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지요. 남들의 행동에 멋대로 색을 입혀 가지고는 그걸 핑계 삼아 자기들의 행실을 정당화하려는 거예요. 그렇게 남들도 자기들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서 자기들의 사랑 놀음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하거나, 자기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데로 좀 돌려놓을까 싶어서 그러는 거죠. (P26)
클레앙트 그거야 매형 같은 분들이 노상 하는 말이죠. 모두가 자기들처럼 눈이 멀길 바라거든요.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있거나, 헛짓거리들을 숭배하지 않고, 성물을 경배하지도 믿지도 않으면 무신앙이라는 거죠. 매형이 무슨 말을 하든 전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늘도 제 마음을 아시니까요. 결코 매형처럼 체면 차리는 사람들의 노예가 아니라고요. 용감한 척하는 자들이 있듯. 신심 깊은 척하는 자들도 있죠. 전쟁터에서 요란을 떠는 자들을 진정 용감한 사람들로 볼 수 없듯이, 그렇게 인상을 써대는 자들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진정 신심 깊고 선한 사람이라 할 수 없다고요. 그러니까 뭔가요? 위선과 신심을 전혀 구별하지 않으실 건가요? 매형은 그 둘을 똑같이 취급하고 싶으신 건가요? 진짜 얼굴과 가면에 똑같이 경의를 표하고 가식적인 것과 진실한 것을 똑같이 취급하며 외양을 진실로 혼동하고 유령을 진짜 사람과 똑같이 존중하며 가짜 돈이 진짜 돈과 같다고 하시는 거냐고요! 사람들은 거개가 이상하게 생겨 먹었다니까요! 올바른 본성을 지닌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아요. 사람들에겐 이성의 테두리가 너무 좁은 거죠. 누구나 그 한계를 넘어 버리니 말이에요. 무리해서 선을 넘으려다 가장 고귀한 것을 망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이건 그냥 지나가며 하는 말로 들어 줘요, 매형.
오르공 그래, 처남은 분명 모두가 존경하는 박사님이시지. 세상의 온갖 지식을 다 품고 계시니 말이야. 자네야말로 유일한 현자이자 식견 있는 분이며 우리 시대의 예언자이자 카토 같은 분이야. 자네에 비하면 누구나 바보일밖에. (P39-40)
마리안 아버지, 제가 누구한테 마음을 빼앗겨서 아버지가 그분을 제 남편으로 정해 주시면 기쁘겠다고요? 제가 그렇게 말해 주기를 바라신다는 그분이 누구라고요?
오르공 타르튀프 씨 말이다.
마리안 아버지, 맹세코 절대 그렇지 않은걸요. 어째서 제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라시는 거죠?
오르공 그게 진실이기를 바라니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기로 정하면 그걸로 되는 거지.
마리안 뭐라고요? 아버지가 바라시는 게 --
오르공 그래, 내가 원하는 건 타르튀프 씨를 너와 결혼시키고 가족으로 맞이하는 거란다. 그분이 네 남편이 될 거다. 나는 그렇게 결심했어, 알다시피 네 결혼에 관해서는 이 아비가 -- (P50-51)
발레르 맙소사, 잘났다는 말은 그만둡시다. 나야 잘난 데가 없죠. 당신이 입증해 주고 있잖습니까. 그저 다른 여인이 나를 좋아해 주길 바랄밖에요. 내가 버림받은 걸 알게 되면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상처를 보듬어 줄 그런 여인을 알고 있답니다.
마리안 상처가 크지도 않으시겠네요. 그렇게 상대를 바꾸셔도 쉽게 마음을 달랠 수 있다니.
발레르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믿으셔도 좋아요. 여인에게 잊히는 건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서요. 그 여인을 잊기 위해서라도 애를 써야 해요. 완전히 잊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런 척이라도 해야겠죠. 우리를 버린 여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보이는 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비굴한 짓이거든요.
마리안 정말 고귀하고 고결한 감정이네요.
발레르 그럼요, 서로가 그걸 인정해야죠. 아니, 그러면 당신은 내가 당신에 대한 열정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내 눈앞에서 당신이 다른 사람 품으로 가는 걸 멀거니 지켜보고 있길 바라는 건가요? 당신이 원치 않는 내 마음, 다른 이에게도 주지 말고요?
마리안 천만에요, 그게 바로 제가 바라는 바예요. 그렇게 되길 진작 바라고 있었던걸요. (P75-76)
도린 두 분 다 어리석으시네요. 아가씨는 오직 도련님께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으세요. 제가 보증해요. 도련님도 아가씨만을 사랑하고 아가씨 남편이 되고 싶은 그런 생각밖에 없다고요. 제 목숨을 걸고 보증하죠.
마리안 그런데 왜 내게 그런 충고를 하신 거지?
발레르 어째서 그런 일에 대해 내 의견을 물었을까?
도린 두 분 다 돌았군요. 자, 두 분 모두 손을 내미세요. 자, 어서요.
발레르 (도린에게 손을 내밀며) 내 손은 뭐하려고?
도린 자, 아가씨 손도요.
마리안 (역시 도린에게 손을 내밀며) 이렇게 해서 뭘 어쩌자고?
도린 맙소사! 얼른 다가서세요. 두 분은 생각보다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고 계세요.
발레르 그렇다면 일을 힘들게 하지 말아요. 미움일랑 거두고 사람을 좀 보라고요. (마리안이 발레르에게 눈길을 돌리고 살짝 미소를 짓는다)
도린 솔직히 말해 볼까요? 연인들은 다 미쳤어요! (P81-82)
다미스 그 작자의 음모를 내가 막아야 해. 그 작자의 귀에다 대고 몇 마디 해줘야겠다고.
도린 아이고! 좀 참으시라고요! 그 작자건 아버님이건 새어머님이 알아서 하시게 내버려 두시라니까요. 타르튀프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어머님뿐이에요. 어머님이 하시는 말이라면 뭐든 좋아라 하는데, 어머님께 연정을 품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제발 그랬으면 좋으련만! 그럼 일이 잘 풀릴 텐데. 아가씨와 도련님을 생각해서 어머님이 그자를 보자셨어요. 두 분이 걱정하시는 결혼에 대해 그자의 생각을 떠보고 그자의 감정이 어떤지를 알아보시려는 거죠. 그자가 아버님이 계획하시는 결혼에 응하겠단 뜻을 비치면 얼마나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지 알려 주시려는 거예요. 저는 못 봤는데, 하인 말이 그가 기도 중이래요. 하지만 곧 내려올 거라네요. 그러니 제발 나가세요. 저 혼자 기다리게 해달라고요. (P87)
엘미르 말씀을 듣자 하니, 상당히 과한 표현을 쓰시네요. 제게 그리 마음을 털어놓으시다니요. 그 열렬한 사랑을 제가 남편에게 전하고 싶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안 되시나 보죠? 이리 성급하게 사랑을 고백하셨다가 제 남편이 선생에 대한 호의를 거두면 어쩌시려고요?
타르튀프 제가 알기로 부인께선 너무도 자비로우셔서 제 이런 경솔함을 용서해 주실 겁니다. 격렬한 사랑의 열정에 마음이 상하셨더라도 인간적인 나약함이라 여기고 용서해 주시겠죠. 또 부인 스스로의 자태를 보시건대 제가 장님이 아니며, 인간이 육체적 존재라는 점도 고려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엘미르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저는 신중하게 처신하려고 합니다. 남편에게는 이 일을 함구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그 대신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아무 트집 잡지 마시고 발레르와 마리안의 결혼을 확실하게 서둘러 주십시오. 남편은 다른 이의 짝으로 당신의 기대만 부풀리고 있어요. 그런 부당한 권위를 당신 자신이 포기해 주세요. 그리고 -- (P99)
오르공 오, 하느님! 방금 들은 이야기를 믿어야 합니까!
타르튀프 그렇습니다. 형제님, 저는 악인이고 죄인입니다. 죄악으로 가득 찬 불행한 죄인이며 세상에 둘도 없이 파렴치한 놈입니다. 제 삶의 순간순간이 오욕으로 물들어 있으며 제 삶은 죄와 추잡함덩어리일 뿐입니다. 저를 벌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이 기회에 고행을 시키고자 하시는가 봅니다. 큰 죄를 지었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감히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들으신 대로 믿으시고 한껏 노여워하시며 저를 죄인으로 여겨 댁에서 쫓아내십시오. 그로 인해 어떤 치욕을 당하건 제가 받아 마땅할 치욕에 미치기나 하겠습니까.
오르공 (다미스에게) 아! 이런 못된 놈. 감히 그런 거짓말로 이분의 순수한 미덕에 흠집을 내려 드는 게냐?
다미스 뭐라고요? 이 위선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제 말을 믿지 않으시는 건가요? (P103-104)
오르공 당신 말에 너무 고분고분 따르고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당신이 꾸민 일의 결말을 봐야겠어.
엘미르 아무 말도 못 하시게 될걸요. (탁자 밑에 있는 남편에게.) 미리 말씀드리지만, 제가 좀 이상한 행동을 할 텐데 절대 화내시면 안 돼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버려 두셔야 해요. 약속한 대로 당신께 확인시켜 드리려는 거니까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전 이제 달콤한 말로 저 위선자의 가면을 벗기고 그 파렴치한 사랑의 욕망을 부추겨서 마음 놓고 경솔한 행동을 하게 만들 거예요. 제가 그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척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을 위한 것이고, 그자의 가면을 벗기기 위한 것이니 당신이 납득하는 순간 저는 당연히 연극을 그만둘 거예요. 사태가 어디까지 가느냐는 당신에게 달린 거죠. 당신이 할 일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때 그자의 무분별한 열정을 멈추게 하고 당신 아내를 구해 주는 거예요. 당신 잘못을 깨닫는 데 필요한 정도까지만 지켜보시라고요. 다 당신과 관계된 일이니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 그자가 오네요. 자, 절대 나오시면 안 돼요. (P125-126)
타르튀프 제 사랑을 가로막는 것이 하느님뿐이라면 그런 장애물을 치우는 것쯤이야 제겐 일도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마음 쓰실 필요는 없어요.
엘미르 하지만 하느님의 심판이 너무도 두려운걸요!
타르튀프 그런 우스꽝스러운 두려움일랑 제가 날려 드리지요. 부인, 저는 양심의 가책을 없애는 기술을 알고 있답니다. 사실 하느님이 어떤 종류의 쾌락을 금하고 계시기는 하죠. (간악한 자로 돌변하여 말을 잇는다) 하지만 하느님과도 타협하는 수가 있어요. 필요에 따라 양심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악행을 의도의 순수성으로 수정하는 기술이 있답니다. 부인께 그 비밀을 가르쳐 드리지요. 부인은 그저 제가 이끄는 대로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제 욕망을 만족시켜 주시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모든 걸 책임지고 떠안겠습니다. 기침이 심하시군요, 부인.
엘미르 예, 힘드네요.
타르튀프 이 감초 즙 좀 드시겠습니까?
엘미르 정말 지독한 감기예요. 제 생각엔 어떤 즙을 마셔도 소용이 없을 것 같군요.
타르튀프 그것 참 힘드시겠네요.
엘미르 네,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이죠.
타르튀프 어쨌든 양심의 가책을 없애는 건 쉬운 일입니다. 여기선 비밀이 완전히 보당되어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떠들어 댈 때만 죄가 되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떠들어 대야 죄가 되는 것이지 조용히 저지르는 건 죄가 아니에요. (P131-132)
타르튀프 부인, 모든 것이 한결같이 저를 만족시켜 주고 있네요. 집안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제 마음은 황홀하여 --
오르공 (그의 말을 중단시키며) 진정하시지! 당신 욕정이 지나쳤어. 그렇게 열을 내면 안 되지. 아! 아! 선한 인간인 양 나를 속이려 하다니! 유혹에 그처럼 영혼을 내맡기는 작자가! 내 딸과 결혼하면서 내 아내를 넘봐! 한참 동안 그건 아니겠지 생각했고, 태도가 바뀔 거라 믿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만하면 증거는 충분해. 그거면 됐고 더 이상은 필요 없어.
엘미르 (타르튀프에게) 제가 한 일은 모두 마음에 없는 행동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을 그렇게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고요.
타르튀프 뭐라고요? 그러니까 --
오르공 자, 여러 말 말고 제발 이 집에서 조용히 나가 주시오. (P135-136)
발레르 유감스럽게도 좋지 않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급박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제 절친한 친구 하나가, 응당 그래야 할 일이지만, 제가 어르신께 마음 쓰는 걸 알고서 저를 위해 조심스레 국사와 관련된 비밀 하나를 빼내어 알려 왔는데, 그 친구가 알려 준 바에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얼른 몸을 피하셔야 한답니다. 오랫동안 어르신을 기만해 온 그 사기꾼이 한 시간 전에 어르신을 고발하고 어르신이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어떤 국사범의 중요한 상자를 국왕께 내놓았다고 합니다. 어르신께서 신하 된 도리를 저버리고 국사범의 죄를 은닉했다고 하면서요. 어르신께 무슨 죄를 씌운 건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어쨌든 어르신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그 명령의 원만한 집행을 위해 바로 그자에게 어르신을 체포할 사람과 동행하라는 임무가 맡겨졌답니다.
클레앙트 제 권리고 단단히 무장을 했군요. 그렇게 저 사기꾼 놈은 제 것이라 주장하는 매형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거예요.
오르공 인간이란 정말이지 몹쓸 동물이야! (P158-159)
타르튀프 (집행관에게) 이 징징대는 소리 좀 그만 듣게 해주십시오. 이제 그만 명령을 집행하시지요.
집행관 그러지요. 너무 오래 제체하고 있었군요. 마침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집행을 해야죠. 그럼 명령 집행을 위해 즉시 저를 따라오십시오. 당신의 거처가 될 감옥으로 가십시다.
타르튀프 뭐라고요? 나 말입니까?
집행관 그렇소, 당신이오.
타르튀프 감옥엔 왜요?
집행관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아니야. 많이 놀라셨을 텐데 이제 진정하시지요. 우리 국왕께서는 사기 행각을 끔찍이 싫어하십니다. 폐하의 눈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시어 어떤 사기꾼의 술수에도 넘어가지 않으시지요. 위대하신 폐하께서는 분별력이 뛰어나셔서 어떤 일이건 항상 정확하게 보십니다. 그 무엇에도 쉬이 놀라지 않으시며 흔들림 없는 이성은 극단으로 치우치는 법이 없습니다. 선한 사람들에게는 불후의 영광을 내리시되 맹목적인 열의를 내보이시지는 않으며, 진실한 이들을 사랑하시되 거짓된 자들은 마땅히 그래야 하듯 끔찍이 미워할 줄도 아십니다. 이자도 폐하를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교묘한 술책에도 빠지지 않으시니까요. 폐하께서는 그 명석하신 통찰력으로 이자의 마음속 겹겹이 감춰진 비열함을 꿰뚫어 보셨습니다. 이자는 당신을 고소하러 왔다가 본색을 드러낸 거죠. 바로 하느님의 공평무사하심으로 이자가 폐하께서 다른 이름으로 알고 계시던 유명한 사기꾼임이 드러난 겁니다. 이자가 한 나쁜 짓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겁니다. 요컨대 폐하께서는 이자의 비열하고 배은망덕한 짓, 배신행위에 대해 당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셨습니다. 그간 저지른 끔찍한 짓들에다 이번 일까지 보탠 이자를 지금까지 멋대로 행동하게 내버려 둔 것은 오로지 그 파렴치함이 갈 데까지 가는 것을 보고 이자가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밝히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는 이 사기꾼이 제 것이라 주장하는 모든 서류를 빼앗아 당신에게 돌려주라 하셨습니다. 폐하의 절대 권력으로 당신의 전 재산을 이자에게 증여한다는 계약을 파기하시고 피신 중인 친구 때문에 당신이 아무도 모르게 저지른 죄도 용서해 주신답니다. 이는 예전에 당신이 폐하의 권리를 지지함으로써 폐하께 보였던 충정에 대한 보상입니다. 별반 기대하지 않을 때도 폐하께서는 선행에 대해 보상해 주시며 폐하께 공을 세우면 잃을 것이 없음을, 또 악행보다 선행을 더 기억하심을 보여 주시려는 겁니다.
도린 하느님, 감사합니다! (P164-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