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하늘에는 구름이 하나 떠 있다. 한데 신비스런 구름으로, 언제나 기억하게 될 것 같은 것이다. 구름의 모양이 너무도 이상해. 날씨에 대해 거의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그것을 보며 그날의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피터가 올라갔던 절벽 뒤쪽, 남쪽에서 오고 있는 구름은 너무도 가까이 떠 있어 평지에서는 훨씬 전에 보았을 수도 있지만, 피크닉 장소에서는 보이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바위 벽 위로 우뚝 솟아있는, 가장자리가 하얀색인 거대한 회색 소용돌이 구름은 야생적이고도 불길하게 보이며, 심한 폭풍우를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날의 고요와 열기로 인해 언제든 예고된 것이었음에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여전히 평화롭고, 바람 한 점 없는 오후는 갑자기 무시무시하며, 냉소적이고 거짓된 것처럼 보인다. 구름은 마치 멋지게 위장된 덫의 발톱 같다.
-존 파울즈, 구름, P41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