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02. 사진은 내게 와서 말을 건다

by 노용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이다. 사진은 하나의 몸짓, 하나의 눈짓으로 내게 다가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된 것처럼, 내가 촬영한 사진은 인화지에 사진프린트를 했을 때 나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어온다. 내가 촬영할 당시 느꼈던 감정, 그리고 내가 촬영할 때는 몰랐던 감정, 지나고 보니 새록새록 느껴진 감정, 온갖 감정들과 함께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진은 기록사진, 예술사진, CCTV, 기념사진, 의학사진, 분류를 한다. 그러나 사진은 사진일뿐. 그 사진을 이용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목적에 따라 꽃의 이름처럼 불리워진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너는 무엇이고, 너는 무엇이다라고. 비슷비슷한 사진들 속에서도 사진은 말을 걸어온다. 앗제의 파리의 거리를 찍은 사진은 대단한 작가의식을 가지고 찍은 사진이 아니다. 그는 화가들의 밑그림용으로 사진을 찍으며 생활해왔고, 조금 다른 점은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사진이 아니라, 이른 아침 자신의 공간에서 기록했던 파리의 사진, 거리에 아무도 없는 파리의 사진에서 사람들은 아우라를 느꼈던 것 뿐이다. 모든 사진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CCTV일지라도 의미가 있다. 내게는 하찮은 꽃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비약일지 몰라도 세월호의 CCTV는 유가족에게 있어서 마지막 순간의 남겨진 사진일 것이다.

“흔들리며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이다. 시련과 아픔을 한번도 겪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아무 의미 없이 찍혀진 사진이라도 그 사진 속에는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를 알수 없는 추상적인 사진일지라도. 그 속에는 나름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요. 사진은 내게 와서 말을 걸고, 나는 그 말에 귀기울여야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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